한인 과학자 2명, 分子하나로 트랜지스터 만들어 주목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33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분자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하버드대 화학과 박홍근 조교수(32)와 캘리포니아대(버클리)물리학과 박사과정 박지웅씨(26)는 7일자 과학잡지 ‘네이처’에 풀러렌이라고 불리는 C60분자를 이용해 단(單)분자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들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이번에 개발된 것은 단전자이면서 동시에 단분자 트랜지스터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들이 만든 트랜지스터는 3개의 전극과 하나의 C60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축구공처럼 생긴 지름 0.7㎚(나노미터)의 C60분자는 간격이 1㎚(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인 플러스전극과 마이너스전극 사이에 떠 있다.

C60분자는 아래쪽에 있는 제3의 전극(게이트)에서 전압을 가하면 진동하면서 전자 하나를 방출한다. 박교수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스위치처럼 전자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즉 아래쪽에 있는 제3의 전극에 마이너스 전압을 가해주면 양자 터널링 효과에 의해 전자가 C60을 징검다리 건너가듯 마이너스극에서 플러스극으로 건너가지만, 거꾸로 플러스 전압을 가해주면 전자가 C60분자 속에 붙잡혀 전극 사이에 전자가 흐르지 못한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C60은 하나의 분자로,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전자만이 흐를 수 있다.

두 연구자는 C60분자에 전압을 가할 때 진동하는 현상을 아주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어느 정도 전압을 가해주어야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는지 밝혀냈다.

하지만 이 초소형 트랜지스터가 실용화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지웅씨는 “C60분자의 양자 터널링 효과는 절대온도 150도(섭씨 영하 123도) 이하의 저온에서만 나타나 당장 트랜지스터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60은 60개의 탄소분자가 20개의 육각형, 12개의 오각형으로 배열돼 완벽하게 축구공처럼 생긴 데다 초전도체 촉매 자석 등 다양한 성질을 지녀 96년에는 이를 발견한 3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트랜지스터▼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안 통하기도 하는 반도체의 특성을 이용해 스위칭, 증폭, 정류 등의 역할을 하는 전기회로 소자. 컴퓨터 TV 등 거의 모든 전기전자제품의 기본 부품으로 쓰인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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