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선언 1주년]반독립 테러 잇달아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30일은 동티모르가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현재 동티모르는 유엔 과도행정기구(UNTAET)의 지휘아래 완전한 자주국가 선포를 위해 건국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주도해 온 사나나 구스마오가 이끄는 정치 사회단체 협의체인 동티모르 저항협의회(CNRT)는 21일 지역대표자 회의를 열고 헌법 제정과 총선 등 건국 절차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과도행정기구도 최근 “11월까지 헌법 초안의 작성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국가 건설에 소요되는 자체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독립을 반대하는 민병대의 테러가 계속되는 등 건국 과정에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2001년 8월 30일 총선을 통해 독립국가 건설을 완료한다는 당초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독립 완료" 불확실▼

▽‘나라 만들기’ 작업〓지난해 8월 30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78.5%의 찬성으로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월 25일 동티모르 과도행정기구의 설립을 승인했다.

과도행정기구는 한국과 호주 등 32개국에서 파견된 1만여명의 평화유지군과 CNRT를 중심으로 과도통치에 적용할 임시 법률을 마련하고 건국준비에 한창이다.

동티모르는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회담에 구스마오를 파견, 가입 의사를 밝혔으며 9월 시드니올림픽에도 10명의 대표선수를 참가시키기로 하는 등 왕성한 외교활동도 펴고 있다.

현재 수도 딜리의 코모로 공항에는 주 2편의 발리―딜리 노선이 왕복 운항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과 호텔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에 진출, 독립국가로서의 면모를 거의 갖춘 상태. 구스마오는 독립선포 이후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27일 CNRT 의장직을 사퇴했다.

▽건국의 걸림돌〓1642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가 시작된 이후 수백년 만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만큼 난관도 많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인도네시아어와 현지어인 테툰어로 나뉘어져 있어 공용어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아직 산업의 기초가 닦이지 않아 주민의 80%가 실업자이며 국제사회가 약속한 재정지원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병대에 의해 파괴된 주택 등 건물 대부분이 방치되어 있는 상태.

치열한 독립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부상했고 의료시설도 낙후돼 인구의 10%가 신체장애인이고 주민의 절반이 문맹자인 점도 독립 이후 국가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대 공세로 치안 불안▼

▽새로운 분단 가능성〓지난해 독립에 반대해 서티모르로 탈출한 23만명 가운데 13만명이 동서 티모르 접경지역의 난민촌에서 귀환을 거부한 채 반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중인 5만여명의 독립 반대파 민병대가 평화유지군을 상대로 무장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어 치안 불안도 심각하다. 지난달에는 민병대의 습격으로 뉴질랜드와 네팔군 소속 병사 두명이 숨지고 수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주민투표에서 독립에 반대했던 이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강점 시절에 공무원이나 군인, 경찰 등으로 일한 사람과 그 가족들. 현재 티모르 애국전선(UNTAS)이라는 정치조직을 결성해 영토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민병대가 독립 투표 1주년인 30일을 전후해 동티모르 전역에서 대대적인 무력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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