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에이즈 위험수위…하루 1만5천여명 감염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26분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지구촌 차원의 에이즈 대책 마련을 위한 제13차 국제에이즈회의(ICA)가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렸다.

이번 ICA는 전 세계 178개국에서 1만10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14일까지 계속된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카렌 베네트 ICA대변인은 “백신과 약을 개발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에이즈의 실상을 보며 논의할 수 있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더반 주도인 와줄루 나탈주는 임산부의 3분의 1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있다”고 밝혔다.

▽무엇을 논의하나〓에이즈 감염률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의 에이즈 실상과 대책이 중점 논의된다. 구체적으로 △에이즈 치료 및 교육 인력의 부족△‘에이즈 고아’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막대한 에이즈 퇴치 비용이 각 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다뤄질 예정.

더반의 나탈대학 에이즈연구소의 앨런 화이트사이드 박사는 “경제 성장과 첨단 과학이 일궈낸 인류의 행복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의 실상〓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430만명이 HIV에 감염됐거나 에이즈 환자. 이 중 70%가 넘는 2450만명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살고 있다. 여기에는 지구촌 에이즈 고아의 거의 대부분인 1100만명이 포함돼 있다. 아시아는 560만명, 중남미 130만명, 북미 90만명, 유럽 52만명이 에이즈 감염자.

특히 아프리카 보츠와나는 성인의 35.8%, 짐바브웨는 25%가 감염돼 있고 대부분의 국가가 두자릿수의 감염률을 보인다. 나이지리아는 성인 20명 중 1명꼴로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 짐바브웨의 평균 수명은 39세, 말라위는 37세에 불과할 정도다.

▽대책은 없나〓우간다의 경우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때 14%대로 치솟았던 에이즈 감염률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시민 종교 단체의 협력에 힘입어 현재 8%로 떨어졌다. 우간다에는 ‘우킴위(에이즈를 뜻하는 스와힐리어)’를 경고하는 간판들이 곳곳에 나붙어 있다. 300만명이 감염된 에티오피아도 정당과 주정부, 신문 방송사들이 콘돔사용 권장 캠페인을 벌이며 공익 광고를 매일 내보낸다.

▽백신개발 어디까지 왔나〓하루에 1만5000명이 감염되며 인류 사망원인의 4번째를 차지하는 에이즈의 퇴치 연구는 아직 초보적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치료 분야에선 ‘항(抗)레트로 바이러스 칵테일 요법’이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거두지 못하며 너무 비싼 편이다.

백신 개발분야도 마찬가지. 에이즈 백신 중 1단계(동물실험)와 2단계(감염 위험 낮은 소수 임상실험)를 통과한 물질은 30여종이나 되지만 마지막 3단계(감염 위험 높은 수천명이 포함된 광범위한 인체실험)에 제출된 물질은 단 한가지다. 글리코겐 단백질 껍질의 일종인 gp120으로 만든 이 백신은 미국과 태국에서 임상 실험 중. 그러나 실험 결과가 2001년 말에나 나오고 백신의 공식 사용 시기는 빨라야 2004년은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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