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프리 삭스 교수 "21세기는 기술 분단시대"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오늘날의 세계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기술에 의해 분단돼 있다.’

미국 하버드대 무역학과 교수이자 이 대학 국제발전센터 소장인 제프리 삭스가 24일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술분단론’을 주창해 관심을 모았다.

삭스 교수는 ‘새로운 세계지도’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전 세계를 △기술혁신그룹 △기술적용그룹 △기술단절그룹의 세가지 지역으로 나눴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이 2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적용그룹’에서 벗어나 ‘기술혁신그룹’ 대열에 합류했다고 규정한 것. 다음은 삭스 교수의 논문 요약.

▼세계인구 15%가 기술독점▼

냉전 종식으로 이념적인 분단은 끝났다. 그러나 기술에 의한 분단이라는, 더욱 그 격차를 메우기 힘든 분단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5%에 불과한 소수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기술혁신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인 제2단계 그룹이 이 기술을 생산과 소비에 적용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기술과 단절돼 있어 국내에서 기술혁신을 이루지도 못하고 외국 기술을 가져다 쓸 능력도 되지 못한다.

기술단절그룹은 반드시 국경으로 나눌 수 없다. 멕시코 남부, 열대중미, 안데스산맥 인접국, 브라질 열대지역, 사하라 이남의 열대 아프리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가까운 곳을 뺀 옛 소련지역, 인도 갠지스 계곡 지방 등 아시아 내륙지역,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내륙지방 등이 기술단절그룹이다.

▼한국 최상위그룹 속해▼

세계의 ‘새로운 경계선’은 고정돼 있지 않다. 기술단절그룹은 기술적용그룹이 되기도 한다.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는 제2단계 그룹을 ‘졸업’하고 기술혁신그룹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단절그룹에 속해 있는 20억명이 세계화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경제성장을 꾀할 때 지리적 요인과 공중 보건, 생태학 등이 고려돼야 한다. 둘째, 선진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더 현명하게 쓰도록 경제원조 방법을 바꿔야 한다. 셋째, 국제원조에 다국적 기업, 일류대학, 과학기구 등이 참여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IBRD) 및 다양한 유엔기구 등을 개혁해야 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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