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정책, 한반도 해빙여파 골격 바뀐다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34분


남북 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완화 조짐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 이란 등 ‘우려국가(불량배 국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추진 결정을 연기할 것으로 전해지는가 하면 해외주둔 미군감축과군사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최근 NMD 구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NMD에 대한 최종 결정을 차기 행정부에 미룰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1일 보도했다.

미 관리들은 NMD의 추진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중국 러시아 등은 물론 서유럽국가와의 정치 외교적 갈등을 모면하기 위해 이같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알래스카주 셰마섬에 레이더기지를 건설하고 100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등의 구속력 있는 결정은 차기 정부에 미루고 자신은 기지 건설에 관련된 예비조치만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원래 올해 말까지 NMD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NMD 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러시아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을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로 예정된 NMD 3차 실험의 결과도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한편 한반도의 해빙무드에 따라 미군의 세계전략과 구조 개편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1일 전망했다. 이 신문은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중동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치르고 모두 승리한다는 이른바 ‘윈-윈 전략’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윈-윈전략의 수정은 결국 미군의 축소와 주한 주일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리 워츠텔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아시아 주둔 미군에 대한 심각한 재고가 필요할 것”이라며 “주한 및 주일 미군이 앞으로 10년 정도는 주둔하겠지만 군의 배치 형태와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두 개의 전쟁 예상지역에서 한반도가 빠져버리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고 육해공군 병력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골드리치 의회연구센터 국방전문가는 “남북한이 당장 통일되지 않더라도 주한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사분석가 마이클 오헨런은 “현재 140만인 미군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게 뻔하다”며 “육군 10개 사단이 7개 정도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반면 미군 규모가 이미 최소치에 접근했다며 추가적인 감군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한 미군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육군대령 릭 신리크는 “미군은 이미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지난해 코소보 전쟁 때도 미 공군 전력이 거의 전부 동원됐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