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첫 정상회담]미사일등 현안 이견만 확인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38분


금세기 첫 미-러 정상회담이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별 성과없이 끝났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5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상하원 합동총회에서 연설한 뒤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클린턴은 3일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떠나기 앞서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을 만났다.

앞서 클린턴은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라톤 정상회담 끝에 ‘전략적 안정원칙에 관한 공동선언’과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내년 모스크바에 설치될 ‘미사일발사 조기경보센터’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군사용 플루토늄사용에 대한 협정’은 ‘기술적인 문제’로 체결이 7월로 연기됐다. 이 협정은 러시아가 17억5000만달러, 미국이 40억달러를 들여 모두 68t의 플루토늄을 폐기한다는 내용.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개정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이번 회담에서 클린턴은 ABM협정개정을 가장 큰 현안으로 삼아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측은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이 없고 ABM개정은 새로운 군비경쟁을 부추긴다”며 반대 입장을 지켰다.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지원 등에 관심을 기울인 반면 미국은 아직 푸틴 정부의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나오지 않았으며 투자여건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클린턴은 사상최대 규모인 1200여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처음부터 회담의 실효에 부정적이었다. 러시아 언론은 “임기말의 클린턴보다 공화당의 부시 후보에게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다. 푸틴은 클린턴이 러시아를 떠나기도 전에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외교상의 결례를 저지르기도 했다.

클린턴과 푸틴은 체첸사태 및 인권문제를 놓고도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등 두 나라는 이번 회담에서 제기된 주요 현안을 놓고 앞으로도 계속 팽팽한 외교전을 벌일 전망이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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