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軍 전격철수]이-레바논 일촉즉발 위기

  • 입력 2000년 5월 23일 23시 58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약속대로라면 이스라엘군의 22년간에 걸친 레바논 점령역사가 며칠 내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가 이스라엘이 원하던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내 이슬람 과격 게릴라 단체인 ‘헤즈볼라’가 직접 국경에서 접촉하게 되기 때문에 충돌 위험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레바논의 ‘후견국’인 시리아와의 안전보장 약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된 것이어서 후유증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7월7일까지 남부 레바논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었다. 남부 레바논은 이스라엘이 1978년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거점을 공격하면서 점령한 곳. 이후 이스라엘군은 85년 7월 완충지대격으로 폭 15km, 면적 1140㎢의 ‘안전지대’를 설정해 점령을 장기화했다.

그러나 남부 레바논은 갈수록 이스라엘로서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鷄肋)과 같은 땅이 돼버렸다. 80년대 초반부터 계속된 헤즈볼라의 게릴라 공격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병사를 둔 어머니들의 철군 압력도 거세졌다. 또 유엔 등도 무단점령한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하라고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왔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바라크는 나름대로 실리를 취하기 위해 전격 철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측은 자국군이 떠난 자리에 유엔평화유지군이 배치되는 상황이 오든지, 아니면 레바논과 헤즈볼라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리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는 상황이 오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스라엘군의 철수 시기는 안전지대의 중앙을 담당하던 친이스라엘계 민병대인 남부 레바논군(SLA)이 와해되는 바람에 더욱 앞당겨졌다.

이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 불과 2㎞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쟁의 인계선이 될지는 궁극적으로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협상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남부레바논군〓1978년 이스라엘의 1차 침공 이후 만들어졌다. 주로 기독교계 레바논인으로 구성됐으며 이스라엘이 훈련과 장비를 지원해왔다. 규모는 2500명선. 레바논 장교 사드 하다드가 지휘하다 84년 사망한 뒤 안토니 라하드가 조직을 이끌어왔다.

▽헤즈볼라〓‘신의 당’이란 뜻으로 이슬람 내 소수파인 시아파에 속한다. 8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2차 침공 이후 결성됐으나 이후 시민 정치조직으로 확대됐다. 리더격인 사무총장은 종교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이들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으로부터 정치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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