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州, 印尼와 평화협정…국방-통화 제외 自治보장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24분


25년 동안 독립을 둘러싼 분쟁으로 5000여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아체주(州)에 평화가 찾아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아체의 분리 독립을 요구해 온 최대 무장 단체 '자유아체운동'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 협정을 맺기로 했다.

양측은 이미 제네바에서 4차례 만나 양해 각서 입안 작업을 마쳤다. 일단 휴전협정을 맺고 아체주의 평화 정착을 논의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1976년 아체주에서 독립운동이 시작된 이래 아체주를 떠나 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도 15만명을 웃돈다.

51년 인도네시아에 강제 합병된 아체는 중앙 정부의 '착취'에 불만이 많다.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한 아체주는 자원의 보고로서 인도네시아 천연가스 수출량의 3분의1, 석유 수출의 5분의1을 공급한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아체주의 자원에서 얻는 수익의 80%를 가져가 버려 주민들은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의 독립만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티모르에 이어 아체까지 독립한다면 술라웨시, 이리얀자야, 암본 등 분리 독립을 원해온 다른 지역에까지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대통령은 아체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방안으로 사법 외교 국방 통화(通貨)를 제외한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

아체주의 앞날을 결정할 아체인민회의를 설립하고 기간 시설을 확충하며 아체에서 나오는 자원 수익의 75%를 아체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인도네시아군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아체주 치안 책임자였던 유수프 무하람대령이 인권유린 혐의로 해임됐고 지난해 아체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24명의 군인이 재판에 회부됐다.

평화 협정이 맺어지면 당분간 아체주에서 유혈 사태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자유아체운동의 이스마일 시아흐푸트라 대변인은 8일 "우리는 평화 협정을 약속대로 지키겠다"고 밝혀 무력 투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련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근본적인 불신은 여전하기 때문에 평화 정착까지는 굴곡이 많을 전망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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