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자 당뇨위험 크다…"발병률 47% 높아"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미국 공군은 베트남전쟁 때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살포에 동원된 군인의 당뇨병 발병률이 일반 장병에 비해 매우 높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이날 공군이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산하 재향군인담당 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엽제 살포에 참가한 장병 1000명을 상대로 82년부터 18년간 당뇨병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살포 작전에 참가하지 않은 장병 1300명의 발병률에 비해 47%나 높았다. 고엽제의 주요성분인 다이옥신이 체내에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일수록 당뇨병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신문은 다이옥신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직접적 증거는 아니지만 이처럼 높은 상관관계가 밝혀짐에 따라 폐암 전립선암 등 고엽제 관련 질병으로 공식 인정된 8개 질병 외에 당뇨병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럴 경우 수만명의 참전 군인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연방 정부의 보상을 받고 있는 베트남 참전 미국인 장병은 1만1000명 가량이다.

이 신문은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모든 장병들이 고엽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굳이 이 화학제에 노출됐었음을 입증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내용과 관련, 케네스 베이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결과는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준 것일 뿐이며 당뇨병을 고엽제와 직접 관련된 질병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정부가 당뇨병을 고엽제 관련 질병으로 인정해도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 피해자나 휴전선 일대 고엽제 피해자는 직접 보상은 받기 힘든 상태다.

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 참전 비용을 이미 지불했다며 ‘정부 대 정부’ 보상 원칙을 들어 직접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인 피해자들은 미 필라델피아 연방 법원에 미 연방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당뇨병이 구체적인 피해 항목의 하나로 추가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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