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한때 104엔대까지… 고수익 노린 헤지펀드 日유입 가속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지난달 달러당 111엔대로 떨어졌던 일본 엔화가치가 한때 104엔대까지 치솟았다.

15일 일본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한때 0.22엔 오른 104.90엔을 기록하는 등 줄곧 104엔대를 오르내리다가 오후 들어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개입하면서 105엔대에 거래됐다. 이에 앞서 14일 미국 뉴욕시장에서도 한때 1월28일 이후 최고인 104.60엔을 기록하는 등 엔화 강세 경향이 뚜렷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보여 이날 도쿄시장에서 유로당 101.35엔까지 올랐다가 102엔대로 내려앉았고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사상 최고치인 100.60엔을 기록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이 같은 외환시장 움직임을 ‘엔화 강세-달러 현상유지-유로 약세’로 표현하면서 이는 세계의 투자 자본이 유로권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고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권의 대외 직접투자는 전년보다 43%나 늘어난 1472억유로. 이는 이 지역 경상수지 흑자의 3.4배다. 특히 지난해 4·4분기(10∼12월)중 유럽의 대미투자는 271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이 대유럽투자액 중 380억달러를 순매도했다.

투자자본이 이처럼 유로권에서 미국으로 흘러가는 것은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이 활발하기 때문. 그러나 유로권 밖의 기업이 유로권 기업을 인수하려면 장애가 많아 투자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 또 유럽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유로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유로화 약세의 원인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해외투자가의 일본주식 순매수액은 11조200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4분기중 일본의 대미투자는 500억달러, 미국의 대일투자는 720억달러에 이른다. 올들어서도 해외투자가들은 일본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일본의 4·4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이 1.4% 감소했는데도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기관투자가의 투자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 미국의 경기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이자 투자가들이 고수익투자 대상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일본경제가 아직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늘고 있어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일본에 투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이 같은 투자흐름을 근거로 올 중반경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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