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파장]세계 경제 불안감 확산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유가가 걸프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수준에 이르면서 각 국의 소비자물가가 들먹거리기 시작한 것. 일본 아사히신문은 7일 고유가 영향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미국의 자동차 항공 화학업계 등 석유관련 산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휘발유 소매가는 10년 만의 최고수준인 갤런(3.8ℓ)당 1.4달러로 지난해보다 60%정도 올랐다.

다행히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는 경쟁이 치열한 항공이나 자동차 섬유 컴퓨터업계 등에서 유가인상에 따른 원가상승 요인을 자체에서 흡수했기 때문.

휘발유가격이 올 봄 갤런당 2달러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레저용차량 판매가 줄고 있으며 워싱턴에서는 고유가에 항의하는 트럭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항공이나 화학업계 등의 경영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또 난방용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 가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에 증산 압력을 넣고 있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석유의존도가 1973년 77%에서 1998년 52%로 낮아져 당장은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없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일본에서 많이 쓰는 중동산 두바이원유는 최근 1년간 2.5배 가량 올랐다. 원유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 그대로 떠안아 휘발유 소매가격은 작년보다 10%가량 오른 ℓ당 98엔에 머물렀고 전력이나 가스요금 인상률도 2%전후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유가 부담을 기업이 떠안는 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 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소비자가격이 대폭 오르게 되고 결국 금리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

석유를 수입하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태국의 사위트 총리실장관은 “고유가가 계속된다면 세계는 심각한 경기후퇴에 빠져 결국 OPEC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고유가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 인터넷 등 첨단산업 비중이 높아지고 연비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달러를 높이는 데 필요한 석유나 천연가스 에너지양은 197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남아 석유수출국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고유가를 반기고 있다.

외환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인도네시아는 유가인상에 따라 올해 세입을 당초보다 10% 늘려 잡았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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