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세계속으로]中소비자 상품선택 폭 넓어진다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9시 17분


중국의 자동차는 성능에 비해 너무 비싸다. 상하이(上海)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산타나(배기량 2000㏄)의 가격은 18만2000위안(약 2600만원).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구치세(購置稅·구입세)와 등록비 등 제반 비용을 합치면 적어도 21만위안(약 3200만원)은 들어간다. 평균 월급이 800위안인 베이징 서민들이 21년치 봉급을 모아야 하는 거금이다.

◆고율 관세 안통해

수입승용차는 더 비싸다. 현대 쏘나타 EF나 대우의 레간자는 35만∼37만위안(약 5100만∼5400만원). 수입가(CIF가격)는 11만위안(약 1600만원)에 불과하지만 세금이 엄청나다. 수입관세 80∼100%. 부가가치세인 증치세(增置稅) 17%, 특별소비세 5%,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15% 내외의 세금 등등. 상품검역비 번호판등록비 등 잡부금을 내다보면 자동차 가격은 어느새 수입가의 3배로 뛴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실현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관세가 가입후 6년내에 25%로 줄고 지방정부나 세관이 부과하던 잡부금도 줄거나 없어진다.

중국은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고가정책을 취해왔다. ‘3강(强)3중(中)2약(弱)’으로 불리는 정책이다. 창춘(長春) 제1자동차, 상하이폴크스바겐, 우한(武漢)의 둥펑(東風)제2자동차가 3강이다. 일본의 다이하쓰와 모델제휴한 톈진(天津)샤리, 미국 크라이슬러와 기술제휴한 베이징지프, 일본 혼다와 합자한 광저우(廣州)혼다가 3중. 2약은 1000㏄ 이하의 경승용차를 생산하는 창안(長安)스즈키와 구이저우(貴州)스카이락.

중국 승용차시장에 올해 상하이제너럴모터스(GM)가 새로 뛰어들었다. 중국이 WTO가입을 전제로 미국에 양보해 허가한 상하이GM은 5월 고급승용차 뷰익을 선보였다.

이처럼 WTO가입은 중국 소비자에게는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면 평균 22.1%인 관세율을 17%로 내려야 한다.

◆금융분야 부분 개방

그동안 중국은 기술이나 서비스 시장에 대한 외국의 참여를 극도로 제한했다. 그러나 WTO에 가입하면 외국 금융기관과 보험회사가 중국에 진출하고 통신시장도 부분적으로 개방된다. 팩스 무비카메라 이동전화도 값싸고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중국정부도 WTO가입의 이점을 알리기 위한 홍보에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WTO 가입 협상타결을 ‘(중국과 미국) 양측의 승리(윈―윈)’라고 평가하면서 “WTO가입은 도전인 동시에 기회이며 중국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도산 우려감

중국 국무원이 발행하는 경제참고보는 19일 ‘WTO가입, 영향과 대책’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회로 ‘자동차공업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경제참고보는 “현재 120여개의 자동차공장 중 다수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무역자유화는 효율성 제고와 비용하락을 통해 자동차산업 발전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상품이 밀려들고 기업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실기업 도산이 가속화하고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은 실(失)보다 득(得)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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