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감청망 '에셜론', 美서 위헌 시비 제기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8시 50분


미국의 세계적 통신감청망 에셜론(ECHELON·11월4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위헌 시비가 제기됐다. 주로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는 에셜론을 관리하는 국가안보국(NSA)에 대해 국내외 통신감청의 법적 기준에 관한 보고서를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보고서 제출 요구는 내년도 정보예산안에 정식조항으로 포함됐다.

이 조항을 포함시킨 전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가 출신의 로버트 바 하원의원(공화)은 “에셜론의 과도한 감청활동이 헌법의 사생활 보호 규정을 침해한다는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민자유연맹(ACLU)측은 “에셜론은 블랙박스와 같아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과거 NSA의 권한남용 사례에 비춰볼 때 에셜론이 남용되고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미 정보당국은 71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에셜론의 존재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보당국은 에셜론이 해외정보 활동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포터 고스 하원 정보위원장의 요구를 올해도 거부했다.

이같은 비밀주의 때문에 에셜론은 미국내에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불법도청도 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외에서는 다른 나라의 국가기밀과 산업기밀도 포착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에셜론를 감시하기 위해 이달 웹사이트(www.echelonwatch.org)를 개설한 ACLU에 따르면 에셜론은 미국 NSA의 주도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해 하루 30억 통의 전화와 인터넷 다운로드, 위성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것. 다만 광섬유 통신은 감청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셜론은 ‘폭탄’이나 ‘암살’ 같은 키워드를 설정해놓고 이런 단어가 대화나 통신에 튀어나오면 해당 메시지를 자동 녹음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에셜론 비판론자들은 지난달 21일을 ‘에셜론 무력화의 날’(Jam ECHELON Day)로 설정해 일제히 ‘폭탄’이나 ‘암살’ 같은 단어를 담은 E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다. 에셜론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NSA는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3만명의 직원이 6000평의 지하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들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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