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문화]지역별 특징 '4色' 뚜렷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15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20년을 맞은 중국에 지역별로 독특한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중국 광저우(廣州) 일간지인 ‘오늘 광저우’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北京)과 허베이(河北)성 일대의 ‘옌자오(燕趙)파’ △광둥(廣東)성 일대의 ‘링난(嶺南)파’ △산둥(山東)성 일대의 ‘치루(齊魯)파’ △스촨(四川) 분지 일대의 ‘시수(西蜀)파’로 나눠 기업문화의 특징을 분석했다.

[컴퓨터산업 한우물 파기]

▼뚝심의 옌자오파 ▼

중국 컴퓨터업계를 나눠갖고 있는 롄상(聯想)과 팡정(方正)이 대표주자. 허베이인의 뚝심 그대로 한 우물만 파는 유형이다. 두 그룹은 부동산 금융투자에 눈을 돌리지 않고 컴퓨터업만 고집했다. 대범함과 결단력도 돋보인다. “나이가 들면 변화가 어렵다. 61세 노인이 총수를 맡아서는 안된다”며 팡정그룹 왕쉬안(王選)총수는 과감히 은퇴했다. 롄상그룹도 창업 1세대가 은퇴하고 궈웨이(郭爲)와 양위안칭(楊元慶) 등 젊은 세대가 이끌고 있다. 왕쉬안이 남긴 ‘성공에는 시간이 걸린다.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을 옌자오파는 금과옥조로 여긴다.

[현실주의 기반 개방성 특징]

▼외유내강의 링난파 ▼

링난은 광둥 광시(廣西) 두 성을 일컫는다. 과거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이었으며 19세기 이래 서방문화의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다. 이런 까닭에 이 지역 기업은 현실주의에 기반한 개방성이 두드러진다. 주장(珠江) 삼각주에 자리잡은 커룽(科龍)그룹과 TCL그룹이 링난파의 대표기업이다. 재빠른 기술도입과 유연한 전략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통과 서구식 관리 접목]

▼치밀한 치루파 ▼

유교문화의 발상지답게 중국의 전통을 살리면서 외부의 힘을 치밀하게 활용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른바 ‘중체서용(中體西用)’의 논리다. 대표기업은 칭다오(靑島)에 생산기지를 둔 가전그룹 하이얼(海爾). 총수 장루이민(張瑞敏)은 ‘논어’ ‘손자병법’ ‘노자’에서 중체서용의 기업이념을 모색해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치루파의 기업문화는 하이얼 그룹의 관리모형인 ‘유교적 관리 전통+미국식 관리(이노베이션)+일본식 관리(집단의식)’를 보면 알 수 있다.

[가격파괴등 전투적 경영]

▼배짱좋은 시수파 ▼

시수는 외진 지역이다. 해안에 인접한 링난파, 정치중심지의 옌자우파, 전통문화의 발상지 치루파에 비하면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결코 기죽지 않는 전투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대표주자는 창훙(長虹)그룹으로 최근 3년간 4차례의 가격전쟁을 통해 일약 중국 최대의 TV 메이커로 부상했다. 중원을 향해 내달았던 제갈량(諸葛亮)의 기세 그대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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