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공동위 여론조사/파트너십]『21세기 동반자』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지난 1년 한일간에 표면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국민의 정서’라는 이름으로 줄기차게 문을 닫았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이었다. 여론조사결과 한국인들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문화교류가 활발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대중문화의 개방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는 물론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일본이 문화상품을 파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전통문화 또는 고급문화라고 분류되는 자국의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인에게 일본인은 여전하다. 일본인은 근면한 사람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다. 과거사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의 라이벌일 뿐 경제파트너가 아니다. 의식면에서 거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의식에 폭풍처럼 도사리고 있는 것이 있다.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지극히 극단적이고 편향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라 표면으로부터 잠복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수산(작가·세종대 교수)

냉전이 끝난 이후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안보적 역할은 점진적으로 증대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이 원하고 있고 ‘정상국가’라는 표현 속에 담겨 있듯이 경제력에 걸맞은 안보적 역할을 내외적으로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와 관련해 두가지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은 안보 군사적 역할의 증대가 주변국들에 불안을 주지 않도록 정지작업을 하는 일이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현안들을 성실하게 처리해 주변국들이 품고 있는 일본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주변국 국민은 일본의 영향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불행한 경험이 결코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렇게 증대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을 무엇을 위해 쓰도록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19세기 유럽식의 적나라한 세력균형 체제에서 일본 힘의 증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협력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일본의 대국적 비전이 필요하고 이러한 비전의 실천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파트너십은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윤영관(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경제면에서 일본을 ‘파트너’로 보는 한국인이 20% 있다. 적지 않은 수다. 일본을 따라잡거나 추월한 한국인이지만 장래에는 일본과 분업이 가능한 것은 분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겠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에게 그런 목소리가 많다. ‘선배들의 방법으로는 순간적으로 일본에 따라붙어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일본과 파트너가 되는 것이 한국을 위한 것이다’라는 기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경제의 앞날에 관해서는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밝게 보고 있다. 한국경제가 잘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기회복이 불가결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경제는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번 달부터 숙명여대에서 객원교수로서 일본에 관해 강의한다.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이런 강의를 부탁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이 일본을 보는 눈은 변하고 있다.

반면 한일의 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견해는 양국 모두 많다. 다만 한국인이 일본에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고 있는 것은 ‘사죄’. ‘언어’ 이외의 효과적인 사죄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모세 다다시(한국토멘회장)

일본 한국 모두 문화교류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자세나 매스컴의 보도 자체는 활발해졌다. 하지만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주변에서 느낄 수 있기까지는 아직 안된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는 그래도 일본의 연극이나 영화, 콘서트가 조금씩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감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안돼 있다. 이같은 한일의 수용방법 차이가 수치로 나타난 것 같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일본의 음악을 놀랄 정도로 잘 알고 있다. 만약 10대들에게 물어봤다면 ‘한일문화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수치가 굉장히 높아지지 않았을까.

내가 작년 가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본어 노래를 불렀을 때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매스컴이 쇄도해 나도 관객도 굉장히 긴장했다. 그 노래는 최근에도 한국에 가서 불렀지만 점점 반응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고 말을 몰라도 감동해서 울어 주곤 한다. 내 노래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기쁘다. 나중에 일본어 노래가 금지되어 있었던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사와 도모에(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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