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원인]헤지펀드 요동…'달러당 100엔'도 위험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최근 엔화초강세의 ‘숨겨진 주역’은 미국과 유럽의 단기투자자본(헤지펀드) 등 해외투자가. 이들이 일본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엔으로 환전하면서 생긴 엔화매입수요가 엔화가치를 끌어올렸다.

구미(歐美)투자가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러시아 브라질과 함께 일본을 ‘세계경제의 지뢰밭’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올들어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대책으로 일본경제에 빛이 보이자 미국에서 일본으로 자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달 27일 미국주가의 거품을 경고한 뒤 한층 뚜렷해졌다.

일본증시에서 외국인 주식매입액은 매각액보다 한달에 1조엔이나 많다. 엔화초강세에도 불구하고 닛케이주가가 뜻밖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도 해외자금이 떠받치기 때문이다.

일본증시 회복과 엔화강세는 주가시세및 환차익이라는 이중의 이익을 구미투자가에게 안겨줬다. 달러기준으로 환산한 올해 일본주가 상승률은 37%로 미국주가 상승률(20%)보다 훨씬 높다.

일본금융계는 엔화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당 100∼105엔이 한계라는 견해가 많지만 100엔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증권 스가노 마사아키(管野雅明)조사부장은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적은 반면 엔을 사려는 사람은 많아 달러당 100엔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대일무역적자로 고민하는 미국은 일단 느긋한 표정이다. “환율은 시장조작이 아니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적 조건)을 반영해 결정된다”(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달러약세는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발언이 잇따랐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연착륙’ 수준을 넘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일본전문가들은 “미국주가가 급락하면 미국이 엔화강세 저지를 위한 협조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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