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C통신 검열 영장 논란…시민단체 『사생활침해』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한 수사기관의 인터넷이나 E메일 등 컴퓨터통신 검열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사이버 공간의 사생활보호’를 놓고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들과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달 20일 법무부가 ‘사이버공간 전자보안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법안은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비밀영장을 발부받아 개인용 컴퓨터(PC) 사용자의 컴퓨터통신 암호를 해독해 E메일 검색을 할 수 있게 하고 △E메일 검색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범죄용의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 하드웨어 일부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하는 등의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내용이 공개되자 미국내 대표적 사이버 공간 사생활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인 ‘전자정보사생활 보호센터(EPIC)’가 즉각 “문제의 법안은 PC 통신에서의 비밀과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EPIC는 PC통신 사용자의 암호를 무력화시키고 하드웨어까지 사용자 몰래 바꾸는 것은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EPIC는 수사기관이 ‘PC 영장’을 남발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르 로텐버그 EPIC 대표는 “해킹기술의 발달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생활 침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수사상 필요를 이유로 암호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EPIC 웹사이트가 전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해커들에 의한 사이버범죄가 평균 30%씩 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피해액이 1억24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법무부 등은 마약거래, 테러리스트들의 통신, 어린이 포르노물 판매 등이 암호화된 PC 통신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같은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PC통신 열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특히 암호가 갈수록 복잡해져 PC 제조업체 등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PC 통신을 통한 범죄를 막기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도 컴퓨터 업체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컴퓨터 통신 암호 프로그램은 외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암호체계가 너무 복잡해지면 정부기관이라 하더라도 범죄자들의 PC통신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 FBI는 올해 초 모든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특별한 장치를 부착, 수사기관이 필요할 경우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준비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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