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언제까지/대책과 전망]설비합리화-부품산업 육성기회로

  • 입력 1999년 9월 1일 19시 28분


‘언제까지 엔화강세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최근 들어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109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크게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7월중순이후 달러당엔화 환율이 불과 한달반 사이에 10엔이상 떨어져 수출주문이 폭주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벌써부터 엔화약세 반전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엔화강세때마다 수출 최대호기를 맞았다며 반색했지만 엔화강세가 끝나면 곧바로 심한 몸살을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엔화강세가 일시적 호재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설비능력 확장보다는 설비합리화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한편 완성재보다는 부품이나 중간재산업을 서둘러 육성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잉설비 투자 경계해야〓엔화강세와 세계경기 회복추세에 따라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자 국내업체들은 설비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역협회 유인열이사는 “단기적으로 해외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생산시설을 증설하면 엔화약세때 설비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엔화강세를 보였던 86∼88년과 94∼95년에도 국내 업체들은 수출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연평균 20%이상씩 설비투자를 늘렸다. 이로 인해 제조업 경상이익률은 86∼88년 연평균 5.3%를 기록했으나 엔화강세가 끝난 89년과 90년에는 각각 -7.6%와 -14.3%로 떨어졌던 것.

구영훈(具永勳)세계경제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엔화강세를 계기로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설비능력 확장보다는 설비합리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일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국내업체의 수출이 살아나면서 오히려 대일(對日)무역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0일까지의 대일무역적자는 50억32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9억8900만달러보다 68.4%나 늘어났다. 대일수출은 15.5%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30.5%나 증가했기 때문.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전체 대일무역적자는 작년의 두배가 넘는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품산업 육성 절실〓이처럼 대일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기기 등 주력상품 대부분이 조립가공제품이며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자제품의 경우 일본은 국산화율이 97%나 되는 반면 우리는 65%에 그치는 등 주력상품인 중화학제품의 국산화율이 71.9%에 불과하다는 것. 경공업을 포함한 공산품 전체로도 73.3%에 머물렀다.

오정훈(吳貞勳)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엔화환율에 의해 나라경제가 좌우되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핵심부품산업의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이·김홍중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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