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암에 관한 대부분의 획기적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유방암 유전자를 활용한 암 발생 가능성 진단도 생각만큼 간단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유방암 발생 확률이 모계뿐만 아니라 부계 유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암 발생 가능성을 진단할 때 부계 가족의 병력까지 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났다.
게다가 처음 학자들은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두 유전자의 돌연변이 형태가 세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나 그 이후 연구를 통해 무려 수백 가지나 되는 돌연변이 형태를 찾아냈으며, 각각의 돌연변이 형태에 따라 암 발생 가능성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이 두 유전자가 유방암 이외에 난소암 췌장암 쓸개암 위암 등 다른 암의 발생에도 간여하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립선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유전적 결함을 지니고 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이미 밝혀져 있다.
또 학자들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가 BRCA1과 BRCA2 외에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유전과 상관없이 유방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의 90%가 넘는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BRCA1과 BRCA2는 암의 발생에 간여하는 세 가지 유전자 즉 종양형성 유전자, 종양 억제 유전자, 수리 유전자 중 종양억제 유전자에 속한다. 종양억제 유전자는 이름이 의미하듯 세포의 증식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데,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능을 잃어버리면 세포는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계속 증식을 거듭하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서 돌연변이 된 BRCA1 유전자 하나를 물려받은 여성이 70세 이전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무려 95%나 된다.
친척 중에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여성은 돌연변이된 BRCA1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친척과 가족 중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데도 테스트 결과 BRCA 돌연변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그 여성의 암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케네스 오피트 박사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여성의 가계에서 나타나는 암은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유전과 관계없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85세 이하의 미국 여성 8명 중 1명 꼴로 유방암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암이 발생한 가계에서도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81799hth―women―canc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