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종합硏 이시다, '한국경제 낙관못하는 이유' 지적

  • 입력 1999년 8월 16일 18시 39분


일본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경제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한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의 주간지 기고문이 파문을 일으킨 뒤에는 더욱 그렇다.

일본의 권위있는 경제연구소인 일본종합연구소 이시다 마사루(石田賢·50)사회시스템연구팀장은 경제주간지 동양경제일보 13일자 기고문에서 ‘한국경제를 낙관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3대 구조개혁’에 한국경제의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와 16일 인터뷰했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한국이 내년 이후에도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회복기조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지만 과연 지속성이 있는지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소비와 수출 등은 일시적 외부요인으로 호전된 측면이 있다. 올해 고성장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의 반동이라는 측면도 있다. 재벌 구조조정은 아직 진행되고 있고 현재의 높은 실업률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출이 둔화하고 수입이 급증하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한국경제가 안정궤도에 들어갔다는 주장은 시기상조다.”

―‘한국경제를 낙관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란 무엇인가.

“구조개혁의 부진, 불투명한 개인소비회복, 설비투자의 내용, 안심할 수 없는 외자도입, 무리한 재벌부채비율 낮추기가 그것이다. 한국의 경기회복은 주로 미국경제의 호조에 따른 수출과 외자도입 등 외부요인에 기인했다. 그것을 자력회복으로 잘못 파악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의 기초적 조건(펀더멘탈)은 달라지지 않고 구조개혁은 잊혀진다. 개인소비회복도 지난해 임금삭감분이 올해 지불된 점 등 일시적 요인이 크다. 한국 연구기관들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게 보는 것도 소비수요가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 설비투자 감소폭 이상으로 연구개발투자가 줄었다. 올해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액은 겨우 97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자도입도 안심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외자도입액이 88억달러라지만 이는 신고액 기준일 뿐이다.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고 한국경제에 불안요인이 생기면 외자는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정부의 계획대로 올해말까지 기업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려면 30대 재벌은 1600억달러, 즉 올해 한국정부 예산의 2배이상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려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는 제2의 대우그룹이 나올 것이다.”

―한국경제회생의 관건으로 ‘3대 구조개혁’을 강조했는데….

“한국은 금융 재벌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재벌의 뿌리깊은 유착으로 재벌의 부침은 정부와의 관계여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부가 은행업무를 감독하므로 재벌은 정부와의 관계를 활용해 저리융자로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주도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재벌은 거액의 차입으로 과잉투자로 치달았다. 한국재벌간에는 경쟁의식이 강해 연대를 생각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흡수합병이 진행되는 속에서 한국재벌은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쓸데없이 중복투자했다. 노동시장구조 역시 노사정의 동등한 고통분담을 둘러싸고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이들 3가지 구조개혁을 통과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오마에의 한국경제 비판에 대한 견해는….

“직접 논평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국은 근본적 내부개혁이 진전돼 외자가 유입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기로 한국이 외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 넘쳐흐르는 자금에 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투자처로 편입돼 외자의 한국기업 매수합병과 주식및 토지 구입이 급증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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