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軍備경쟁…긴장의 동북아

  • 입력 1999년 8월 11일 19시 34분


한반도 이해 관련국들의 군비경쟁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북한의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중국 양안(兩岸)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동북아 긴장무드가 각 당사국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미―일―대만을 잇는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가 조금씩 가시화되면서 일국의 신무기개발이 주변국의 또다른 대응무기 개발을 촉발시키는 악순환 조짐마저 나타나 ‘동북아 신냉전구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다.

▼ 남북한

북한은 한반도 주변국 군비증강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는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준비를 착착 진행시켜왔다. 미국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 최신호에 따르면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한미 양국의 군사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특수부대 증강에 군사비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낡은 기종이기는 하지만 북한은 독립국가연합(CIS)으로부터 최근 미그21기 34대를 도입, 군사강국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측 선제공격에 대한 방위체제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한국도 군비경쟁국에서 제외될 수 없다. 국방부는 최근 최신예 정찰기로 알려진 ‘호커800XP’를 내년까지 4대, 2001년까지 8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체 개발 미사일의 사거리를 180㎞에서 300㎞ 이상으로 연장하려는 협상을 미국과 진행 중이다.

▼ 미―일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장거리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일 미국은 ‘스타워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전역고고도방위체제(THAAD)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가상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자국 영토에서 발사한 또 다른 미사일로 공중요격하는 실험으로, 미사일 방어계획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TMD구상은 이달 중 일본과 체결할 예정인 ‘양해각서’를 통해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또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발사 움직임을 계기로 별다른 ‘브레이크’없이 군비증강 속셈을 속속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초까지 군사용 정찰위성 4기를 확보키로 했고, 전투기나 전폭기의 장거리 비행(공격비행)에 필수적인 공중급유기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96년부터 시작된 중기방어계획의 일환으로 내년까지는 4000t급 중대형 군함 30척의 건조도 완료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평화헌법’과 ‘전수(專守)방위원칙’이라는 족쇄를 털어버리고 본격적인 군사대국화의 길로 간다고 우려한다.

▼ 중국 대만

중국은 대만이 미국을 주축으로 한 TMD구상에 참여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다가 지난달 9일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이 중국과 대만을 ‘국가와 국가’관계로 규정하는 ‘양국론(兩國論)’을 천명,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 2일 사거리 8000㎞에 이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만에 최신 무기 판매계획을 발표한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또 2005년까지 미국 본토 전역을 사거리 내에 둘 수 있는 사거리 1만4000㎞의 ‘둥펑41호’를 개발, 실전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의 군비증강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E2T조기경보기와 F16전투기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4일 계류 중인 ‘대만안보강화법안’심의 청문회에서 조기공중경보통제기(AWACS), 미사일요격장비, 전투기 등의 대만 판매문제를 논의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헬름스위원장(공화당)은 “중국의 지속적 군비증강으로 위협받는 대만의 대 중국억지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관련국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창’과 ‘방패’식 개발경쟁은 한국으로서나 한반도 전체의 장래를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이는 군비경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중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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