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겐이치의 '한국경제 일어설 수 없는 이유'요약]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후 한국을 미국화했을 뿐이다. 미국의 말을 좇아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해온 재벌을 해체했다. 새로운 경제재생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계 투자은행이 말하는대로 나라의 해체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금융제국주의’ 지지에 지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김대통령은 대통령취임식에 조지 소로스를 초청해 어드바이스를 받았다. 국민경제를 책임진 대통령이 외국의 투자가에게 경제에 대해 묻는 다는 것은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에 복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 등의 투자가에게 공격당하지 않기 때문이며 경제실체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 경제위기는 직접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간접적으로는 미국에서 돈을 너무 많이 빌렸기(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이 너무 돈을 많이 빌려줬기)때문이다. 한국경제가 붕괴하자마자 미국은 IMF 구제시스템을 도입했고 미국 은행들은 IMF 돈으로 대출금을 변제받았다. 이것이 한국경제위기의 진상이다. 그 결과 한국의 재벌은 체력이 약해져 자력갱생이 곤란해졌고 새로운 기업은 아직 자라지 못했다.

한국은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한국은 엔화약세가 되면 경제가 나빠지고 엔화강세가 되면 좋아지는 나라다. 한국이 만들고 수출하는 물건의 99%는 일본과 같은 ‘미니일본’이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어떤 조건에 의해 번영한다는 숙명적인 구조다.

김대통령은한국특유의강점을 만들어내려고 했는가. 1달러가 360엔에서 80엔이 됐어도 수출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일본처럼 경쟁력을 가지려고나 해본 것일까.

한국은 주요 부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 재벌회사 사람들은 “우리회사는 최고의 텔레비전을 만들고 있다”며 가슴을 펴고 있지만 그 핵심부품은 대부분 일본제다. 부품산업의 유무가 일본과 한국의 최대 차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저부가가치의 ‘pass through 경제’가 돼있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는 것은 정계나 경제계에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매출이나 무역수지만을 좇고 품이 많이 드는 부품을 만드는 것은 생략하다보니 환율 하나로도 나라 전체가 부침하는 경제에서 탈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을 인식하느냐 못하느냐가 한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김대통령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규제완화 시장개방 재벌해체를 추진하며 긴축재정정책으로 금융을 위축시킬 뿐 산업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본과 다른 분야에서 독자적인 공업화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이 경쟁에서는 국립대학이 많고 엔지니어를 계획적으로 양성해온 대만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산업으로 승부하는 정보화사회로 이행하려고 해도 미국이나 인도를 뛰어넘을 정도의 수학 영어능력이 한국엔 없다. 금융경제로 이동하려 해도 마땅한 은행도 없다. 한국은 어느쪽으로도 앞길이 막혀있는 상태다.

김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클린치하고 있을 뿐이다. 김대통령의 경우도 앞으로 1년정도 후면 레임덕이 되어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때 IMF 권고의 제2막, 시장개방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개방이 되면 한국의 2차산업은 일본제품에 석권돼 궤멸하고 3차산업은 미국에 독점당할 것이다. 1차산업도 호주나 뉴질랜드의 값싼 농산물이 들어온다면 뿌리부터 잃게 된다. 재벌은 김대통령의 시장개방책을 따르지 않고 사보타주를 하며 관료들과 하나가 되어 해외제품의 유입을 막으려할 것이다. 그러면 외국의 압력이 들어오고 경제는 또다시 불안정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미국과 어떻게 거리를 유지하느냐는 점에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문제를 얼마나 생각하지 않는 나라인지를 모르고 있다.

〈정리〓홍권희·이영이기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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