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수도 워싱턴DC]대규모 투자로「첨단기업」손짓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54분


왜 첨단기업들이 미국의 워싱턴지역으로 몰려들까.

4월 워싱턴DC에 지사를 개설한 세계적인 지적 재산권 관리회사 데네마이어의 알렉산더 버틀러 워싱턴지사장(29)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7개국에 지사를 두고 세계 125개국에 퍼져 있는 각종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과 상표권, 디자인 등을 관리해주는 일을 한다. 연간 매출액은 1억달러.

“처음엔 뉴욕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워싱턴을 선택했다. 첫째 이유는 워싱턴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뉴욕보다 낫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에 많으면 300통의 E메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이 손쉽고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수도’ 워싱턴을 원했다.

또 고객상담을 위해 자주 항공여행을 해야 하는데 뉴욕에서는 최소한 두세시간 전에 사무실을 떠나야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미국의 어느 지역이든 4∼8시간에 고객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틀러지사장은 “임대료가 뉴욕보다 25%이상 싸고 젊고 유망한 젊은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워싱턴의 장점”이라며 “5년내에 본사의 주력이 워싱턴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지역이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을 많이 갖고 있기는 하지만 수십년에 걸친 연방정부의 연구개발과 기술투자가 없었으며 첨단산업도시로서 급부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시절 미국은 암정복을 위해 국립보건원(NIH)과 국립암연구소(NCI)에 16억달러를 배정했다. 두 기관의 연구결과는 민간기업이 수많은 신약을 개발하는 토대가 됐다. 최근 결장암을 치유할 수 있는 획기적 신약을 개발해 유럽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메릴랜드주 락빌시에 위치한 인트러셀이 대표적 경우.

이 회사의 회장인 마이클 해너 박사(63)는 NCI의 프레데릭 실험실소장 출신. 그는 83년 연구소에서 결장암에 대한 백신을 개발, 동물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까지 마친 뒤 회사를 차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3단계로 진행됐다. 해너회장은 “단계당 최소 4년에서 6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3단계실험을 마치고 신약의 안전성에 대한 자신을 얻기까지 1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신약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2억5000만달러. 연간 2000만달러인 회사수입의 12.5배를 신약개발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러나 결장암 치료제 하나로 연간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에 무모한 듯한 투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해너회장은 “정보통신회사들은 기술개발주기가 짧아 반짝 수익을 기대하지만 생명공학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어서 연구결과를 수익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긴 세월이 요구된다”며 “이때문에 정부의 초기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너회장은 “연방 연구소로부터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 연구소에 재직중인 우수한 연구원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워싱턴지역에 수많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방정부 역시 이같은 민간회사들의 창업과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힘을 합해 신약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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