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紙 『한국 설비투자 안늘리면 성장 둔화』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57분


한국경제는 회복을 향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회복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분석했다. 한국경제 특집기사에서 이 신문은 한국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이 늘지 않으면 성장이 급속히 둔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기사내용 요약.

한국 경제회생의 숨결은 곳곳에 있다. 97년여름 경영파탄으로 한국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됐던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은 지난해 43%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에 90%로 회복됐다.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도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산공장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지난해 7월 대기발령된 노동자 275명이 5월에 복귀했다.

그러나 소비와 생산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많은 기업이 설비투자에 신중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설비투자계획은 사실상 제로다. 한솔제지도 충분한 수요증가가 어렵다고 보고 올해 설비투자를 연기했다. 판매목표를 상향수정한 현대자동차도 설비투자에는 매우 조십스럽다. 제조업체에 대한 산업은행의 3월 대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0.6% 줄었다.

한국정부가 재벌에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해 설비투자에 족쇄를 채운 측면도 있다. 현대나 대우처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새로 차입해 투자할 여유가 없다.

호조를 보이는 소비도 앞날이 불투명하다. 1·4분기중 자동차나 개인용 컴퓨터 등 내구소비재 수요는 크게 늘었으나 비내구재 수요는 소폭의 증가에 그쳐 양극화가 선명해졌다. 내구소비재 수요증가는 지난해의 극단적 소비위축의 반동으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억제됐던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가 줄어 소비가 감소할 때까지 설비투자와 수출이 확대궤도에 오르지 않으면 성장은 급속히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초점은 재벌개혁이다. 재벌이 안고 있는 거액의 부채와 과잉설비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설비투자 회복은 어렵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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