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終戰 남긴것]증오의 골 깊어져 평화 아직「먼길」

  • 입력 1999년 6월 10일 23시 28분


미국을 포함한 서방 19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주권국가에 대한 합동공격이 사실상 끝났다.

NATO는 78일동안 엄청난 양의 폭탄과 미사일을 퍼부은 끝에 유고로 하여금 코소보에 국제평화유지군 주둔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코소보 주둔 세르비아군의 철수 및 평화유지군 주둔, 그리고 난민 귀환으로 요약할 수 있는 평화협정은 NATO 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것이다.

반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은 코소보에 외국군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고 버티다 NATO의 공습을 초래했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밀로셰비치가 당분간 권좌를 지키기는 하겠지만 권력기반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함으로써 민족주의자인 그의 이미지가 크게 약화돼 국민의 지지도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전범재판소 등 국제사회는 그를 전범으로 처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번 전쟁은 1만5000명이 넘는 인명피해와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양산하는 등 쉽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고향을 떠났던 알바니아계 코소보난민도 서서히 귀환하게 되겠지만 그들이 NATO 덕분에 평화를 되찾을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코소보 난민들은 폐허가 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과연 어떻게 그들에게 집과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시설을 마련해 줄 것인가.

NATO의 공습으로 종교와 민족이 달라 수세기 동안 반목해온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인들의 상대방에 대한 증오는 훨씬 더 심해졌다. 코소보가 쉽게 평화를 찾을 수 없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벌써부터 알바니아계 난민이 귀환하면 이번에는 알바니아계에 의한 세르비아계 탄압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NATO는 공습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전략의 비효율성, 회원국 사이의 갈등 등에도 불구하고 공습만으로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후유증도 남겼다. 분쟁에 개입하더라도 피는 흘리지 않으려 한다는 NATO의 전략이 드러났다.

유럽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분쟁에는 소극적이라는 약점도 나타났다. 유고공습을 하느라 NATO의 주축인 미군전력의 상당부분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이동함으로써 ‘윈―윈전략’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것도 입증됐다. 21세기 새 국제질서를 모색하는 NATO로서는 심각한 결함이다.

유엔은 이번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못하고 전쟁 뒤치다꺼리만 맡는 등 힘을 쓰지 못했다.

러시아 및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증폭된 것도 문제다. 러시아는 협상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초기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했으나 중국은 끝내 섭섭한 감정을 풀지 못했다. 중국은 유엔결의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이는 등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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