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訪中 결산]벌어진 北―中관계 봉합 성과

  • 입력 1999년 6월 6일 19시 25분


북한의 제2인자인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대표단이 4박5일간의 중국방문을 마치고 7일 평양으로 돌아간다.

김위원장의 이번 방중성과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92년 한중수교 이후 적잖게 소원해졌던 북―중(北―中)관계 개선의 원칙을 확인했고 식량 15만t과 코크스 40만t 무상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김위원장은 북―중 정상 상호교류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은 4일 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양국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충분히 의사를 교환했다”며 “이를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중국측의 지지를 얻었다.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는 북한의 경제정책에 관해 “중국은북한의 조선식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가능한 지원을 다할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회복 노력을 얼마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주석은 북한의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은 남북 관계개선을 지지하며 북한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과도 관계를 개선하고 최종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이룰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주석이나 주총리의 ‘지지’ 표명에는 ‘주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대서방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대외관계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주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김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북한은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북한도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더 이상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사는 된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해왔다. 중국은 북한의 고립적인 ‘자력갱생’ 정책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며 못마땅해 했다. 김일성(金日成)사후 양측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데도 그런 입장차이가 작용했다.

김위원장의 방중이 북―중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양측관계가 과거의 ‘혈맹관계’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중국이 사회주의 이념 보다는 민족주의와 경제발전에 대한 호소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처럼 이미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국의 대외관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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