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화합의 아버지』만델라 내달16일 퇴임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18분


《6월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실시된다.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60% 이상 득표할 전망이어서 ANC의장인 타보 음베키가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하다. 총선보다는 6월16일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프리카의 영웅’ 넬슨 만델라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넬슨 만델라(81). 무혈혁명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종식시킨 첫 흑인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 민주화의 화신. 카리스마를 가진 온화한 사람. 유머를 잃지 않은 서민 대통령….

이처럼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많지만 만델라는 무엇보다 ‘흑백화합의 아버지’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3백여년간 지속된 흑백차별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다 27년간 옥살이를 했던 그는 90년 석방된 뒤 복수 대신 화해와 용서를 외쳤다. 세상은 믿지 않았지만 94년 집권한 이후 그는 이를 실천했다.

집권초만 해도 흑백간 또는 종족간 분규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그는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이제 남아공 국민은 물론 많은 세계인들은 온몸으로 화합을 실천한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열정과 유머, 정치적인 지혜 등 개인적 면모가 이같은 업적을 이뤄내는데 크게 작용했다. 이런 능력을 호사가들은 ‘마디바의 마술’이라고 불렀다. 마디바는 만델라의 어린 시절 애칭.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그를 좋아했다.

지난해 4월 한 백인농부가 재산을 훔쳤다는 이유로 흑인소년을 살해했을 때 흑백 갈등이 고조됐다. 그는 아이를 잃은 부모를 찾아 극진히 위로함으로써 갈등의 불씨를 껐다. 같은 날 만델라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열두살난 백인 소녀가 자신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상을 찾아가 위로했다. 보통사람과 이처럼 가까이하려는 그의 모습이 가식이 아니란 것을 흑인 백인 모두 높이 인정했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국제적인 지위를 높였다. “미국의 적이 우리의 적은 아니다”며 이란 리비아 쿠바 등과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남아공을 무시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남아공을 방문했다. 리비아에 숨어있던 팬암기 폭파범 2명이 서방으로 넘겨져 재판을 받게 된 것도 그의 중재노력에 힘입은 것이었다.황혼의 연정(戀情)도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7월 80회 생일날 2년간 열애해온 28세 연하의 그라사 마셸 전모잠비크 대통령의 부인과 결혼했다. 두번째 부인 위니(64)와 96년 이혼했던 그는 이날 “다시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었다”고 고백했다.

어쨌든 만델라는 2주 뒤면 고향에 돌아간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일곱명의 손자와 함께 거닐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인 마셸은 ‘정치적 동물’인 그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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