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美조정관 訪北안팎]한반도에 해빙무드 오나?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28분


미국의 대북정책조정관인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이 25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키로 하면서 한반도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리 조정관은 지난해 8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와 금창리 핵시설 의혹 등으로 북―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미 의회의 요구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그 후 6개월 간 대북정책을 검토해온 페리 조정관은 보고서 제출에 앞서 북한이 외교적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는지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페리 조정관이 들고갈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평화정착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한반도에서 긴장의 파고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김일성(金日成)북한주석과 담판하면서 순식간에 평화무드가 조성된 일이 있었음은 되돌아볼만한 대목이다.

‘페리보고서’는 평화적 해결책을 담은 1부와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할지를 검토하는 2부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외교적 노력에 협조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한 북한과의 협상결과에 대해 미 의회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나 공화당이 과반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미 의회는 대북 협상에 대해 회의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만 상원에서는 대북 포용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적지 않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미 행정부는 페리 조정관의 방북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보좌관인 웬디 셔먼 대사를 수행토록 하고 클린턴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토록 함으로써 이번 방북을 총력지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해 이처럼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6·25전쟁 이후 대북 접근방법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