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協 재협상 구걸도 제대로 못한꼴』어민들 반발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어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일 양국은 17일 우리측의 일본수역 ‘쌍끌이 조업’ 입어척수 등 어업협상을 타결했으나 이를 지켜본 부산 제주지역 어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구걸협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어민들은 우리측이 쌍끌이 조업을 얻어내기 위해 제주도 서남쪽 백조기 어장을 일본에 내준데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협상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우리나라 최대의 연근해 수산업 기지인 부산 서구 충무동과 중구 남포동 일대 남항부두에서 만난 선주와 선원들은 “이럴 줄 알았다. 추가협상에서 도대체 얻은 게 뭐냐”고 흥분했다.

오징어채낚기 선원 김영걸씨(38)는 “한달째 배를 타지 못해 생계가 걱정”이라며 “이대로 가면 모두 망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전국어민연합회 유종구(兪鍾久·50)회장은 “처음부터 추가협상에 기대를 걸지 않았다”며 “계속 한일어업협정 백지화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 대형기선저인망수협 하성희(河星熙·48)상무는 “쌍끌이 어선의 입어척수를 80척으로 제한해 나머지 1백40여척은 조업할 곳이 없어졌다”며 “입어대상 선박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제주 어민들은 제주도 서남쪽 수역에서의 일본 저인망조업을 확대 허용한데다 제주도 연근해 어장에서 야간에 불을 밝힌 뒤 몰려드는 복어를 그물로 떠잡는 복어반두업을 일본측에 추가로 허용한데 대해 “제주어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쌍끌이를 얻은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민 한재풍(韓在豊·61·제주 남제주군 성산읍)씨는 “제주부근 수역에 일본 저인망과 복어반두업 어선들이 몰릴 경우 고기씨가 말라버린다”며 “이제 어민들은 누굴 믿고 사느냐”고 걱정했다.

〈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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