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갈등의 만남」가능성…헤지펀드 규제등 시각차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17∼18일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열릴 제1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는 APEC 출범이후 처음 맞는 ‘갈등의 회합’이 될 전망이다.

역내 무역자유화, 헤지펀드(단기적 국제투기자본)규제 등을 둘러싸고 의견통일이 난망한데다 18개 회원국중 상당수는 지난해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 난리통에 APEC는 도대체 뭘 했나”라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느냐에 따라 APEC의 향후 진로가 갈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의제와 논의전망〓예상 의제중 합의가 손쉬워 보이는 것으로는 △전자상거래 및 밀레니엄버그 대처방안 △실업 등 사회불안 해소문제 △역내 인적자원 개발 및 교류확대 등을 들 수 있다.

회원국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으로 내년도 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자는 ‘아시아 공동회생 프로그램’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재원을 9백억달러로 늘리고 일본의 3백억달러 차관(미야자와 구상)을 아시아 경제위기 탈출 지원자금으로 활용한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금융위기 대응책 △단기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 △역내 무역 금융자유화 등은 합의를 기대하기 힘든 의제로 꼽힌다.

▼역내 금융안정〓일본은 지난해 9월 AMF창설을 제안해 역내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은 대신 지역적 감시체제의 구축, IMF강화와 보완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닐라 구상’을 내놓고 아시아국가들을 달랬다.

그러나 ‘마닐라 구상’은 진전이 없었고 IMF개편논의에서도 APEC는 소외돼왔다.

이 때문에 역내국들은 ‘미국에 속았다’는 반감을 갖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AMF 설립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 등의 규제방안을 놓고도 난상토론을 벌이겠지만 결론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역자유화〓APEC의 두 공룡인 미국과 일본은 무역자유화 일정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까지 역내 자유무역을 보장키로 한 임수산물에 대한 관세철폐를 당분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이는 임수산물 환경 에너지 화학 의료기구 보석 통신 등 9개 분야에 대한 무역장벽을 2005년까지 없애기로 한 작년 캐나다 밴쿠버회의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경제위기로 상황이 바뀐 만큼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와르 문제(장외 의제)〓안와르 전말레이시아부총리의 구속을 놓고 국제사회는 이번 회의 주최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메드총리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상들간의 불협화음으로 주요 의제 논의가 뒤로 밀리거나 겉돌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황유성·허승호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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