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재계회의 의미]양국기업 「공존의 길」 모색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25분


2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제15차 한일(韓日)재계회의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관심을 끌 만했다.

두 나라 재계대표들이 발표한 합의문에는 그동안 물밑에서 오가던 양국 재계의 희망사항이 대부분 망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과잉중복투자 해소와 합리적 공급조절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한중일(韓中日)산업협력회의 설립은 한일 두나라의 과당경쟁이 결과적으로 양국 기업 모두의 채산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업종에서 지나친 과잉투자로 결국 국제시장에서의 가격만 떨어뜨려 ‘제살 깎아먹기’를 했다는데 한일 양국은 공감했다.

○…이번 회의에서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엔화의 국제화’가 필요하다는데 양국 재계가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사실.

일본정부와 재계가 엔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동의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이에 대한 한국측 입장은 복잡했다. 엔화를 기축통화로 부상시키는 것이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반면 과거 ‘대동아 공영권’의 경제적 재판(再版)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

이번 합의문은 이런 측면에서 한국재계가 엔화 국제화에 사실상 손을 들어주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전경련회장인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을 비롯해 정몽구(鄭夢九)현대그룹회장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 손길승(孫吉丞)SK그룹회장 등 한국재계의 얼굴들이 대부분 참석해 중량감을 더해줬다.

일본측에서도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회장인 이마이 다카시(今井敬)신일본제철회장 등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해 일본재계 역시 이번 회의에 큰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지난달 16일 전경련회장에 공식 취임한 뒤 이번 한일 재계회의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써온 김우중회장은 이번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한국재계에서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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