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앞당긴 방송교류]「마음의 장벽」 허물었다

  • 입력 1998년 9월 18일 19시 04분


TV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까. 90년 동·서독의 통일에서는 방송이 양쪽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이 송출하는 TV전파를 일반인들이 수신할 수 없다. 남한은 NTSC방식, 북한은 PAL방식으로 TV송출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서독의 경우 동일하게 PAL방식을 사용했고 서독의 정략적인 대(對)동독 유화정책에 따라 국경인근에 방송시설이 집중설치됐다. 덕분에 50년대부터 대부분의 동독인은 서독의 TV와 라디오방송을 접할 수 있었다.

서독 체제와 경제의 우월성을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독에 알림으로써 마음의 장벽부터 허물어나간 것이다.

물론 동독측은 71년까지 ‘자유독일청년(FDJ)’등의 방송유관기관을 통해 서독방송의 시·청취를 위한 안테나를 철거하는 등 서독방송의 유입을 막으려 애썼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동독에서는 서독방송의 시· 청취여부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결국 통일 3년전인 87년 당시 동독의 호네커수상은 서독TV시청을 정식으로 허용하게 됐으며 그해 5월 ‘TV분야 협력을 위한 동·서독협정’을 맺고 방송교류를 본격화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남북 방송교류의 기본적인 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 영상물을 구매하려면 3개의 정부부처를 거쳐야 한다. 방송사 등 수입사가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방북승인을 받고 문화관광부에서 프로그램의 수입추천의뢰를 받아야하며 안기부에 보안성검토를 의뢰하도록 되어있다.

방영전엔 방송위원회의 사전심의까지 받는다. 우리 영상물을 북한주민들이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방송개발원 이우승 영상자료팀장은 “남북방송교류는 분단 50년의 이질적 문화를 확인하고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방송이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통일방송의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