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王家 후계구도 「냉기류」…후세인국왕 癌투병

  • 입력 1998년 8월 13일 19시 30분


인구 4백10만명에 면적은 한국보다 약간 작은 중동의 소국 요르단.

그러나 45년째 재임하며 갖가지 중동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해와 ‘중동분쟁의 해결사’로 불리는 후세인 국왕(62) 때문에 요르단은 중동에서 큰 비중을 갖는 국가다.

이 나라가 후세인왕의 건강 악화와 관련한 후계구도 때문에 요즘 고민하고 있다.

림프암을 앓고 있는 그에 대해 측근들은 “완치 가능한 질병이며 왕은 여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병세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세인왕의 ‘유고(有故)’는 요르단은 물론 중동 전체에 격렬한 소용돌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1952년 17세의 나이에 부왕 탈랄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그는 45년간 수차례의 전쟁과 암살 위험 및 반란을 이겨내면서 부존자원도 거의 없는 요르단의 경제를 일으켰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67년 6일전쟁에서 패해 요르단강 서안을 내줬지만 94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친이스라엘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요르단은 사실상의 ‘후세인 왕국’이라 할 만한 준경찰국가. 그가 아닌 다른 통치자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포스트 후세인’에 대한 우려는 이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현재 후세인의 공식 후계자는 그의 막내동생인 하산왕세자(51). 그러나 하산은 국민의 대다수인 팔레스타인인이나 군을 장악하는 베두인족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다 후세인과 같은 카리스마도 없다.

국민의 시선은 하산왕세자의 사바스왕세자비의 아들로 후세인의 조카인 라시드왕자(19)에게 쏠리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왕은 하산왕세자 대신 네번째 부인 누르왕비와의 소생인 함자왕자(18)에게 마음이 가 있다.

이 때문에 누르왕비와 사바스왕세자비 사이에는 후계 문제를 두고 냉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소문이다.

미국 출신인 누르왕비는 아름다움과 적극성을 겸비,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파키스탄 외교관의 딸인 사바스왕세자비는 조용한 몸가짐으로 요르단인의 신망을 받고 있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 후세인이 없는 요르단에서는 내분이 생길 전망이다.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질 경우 팔레스타인인 베두인족 이슬람원리주의자 군부가 나름대로 권력의 정점을 향해 싸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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