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美-中 관계진전에 초조…美,日 달래기 나서

  • 입력 1998년 7월 5일 19시 42분


“중국이냐, 일본이냐. 미국은 선택하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지난달 25일부터 3일까지 8박9일간 국빈 자격의 중국방문을 끝내자 일본은 미일(美日)관계를 누르는 새로운 미중(美中)관계의 탄생을 우려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96년 ‘미일 신안보선언’을 통해 중국 누르기에 일단 성공했다고 여겼던 일본은 ‘미중 밀월’을 지켜보며 “미국의 동북아 파트너로서 최우선 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섭섭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4일 일본을 방문해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 등과 만나 “미일의 튼튼한 관계는 변함없으며 아시아에서 미국 외교의 초석은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미일관계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핵심축임을 새삼스레 강조한 ‘일본 달래기’였다.

미중의 ‘일본 경시’와 ‘일본 제쳐놓기(저팬 패싱)’가 시작됐다는 불쾌감은 지난달 27일 클린턴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일본에 “아시아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라”고 요구하면서부터 표면화했다.

하시모토 정권으로서는 참의원선거(12일)를 앞두고 클린턴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경제회복 대책에 대한 상당한 평가를 해주기를 내심 기대해 왔으나 이것도 무산됐다.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을 지원하는 등 아시아지역에서 평가받을 만한 역할을 웬만큼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이번 기회에 일본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일본의 존재’가 더욱 희박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미일이 서먹한 때를 이용해 일본이 방위문제 등에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의 분위기에서 이같은 시도는 일본국민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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