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이을 떠오르는 목소리,伊 알라냐-아르헨 쿠라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21분


‘빅3’테너의 전성기 이후에는 누가 테너의 무대를 장악할까.

95년 세계의 주요 음악전문지는 약속이나 한듯 ‘제4의 테너’라는 타이틀로 이탈리아의 젊은 가수 로베르토 알라냐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정규 음악교육 없이 레스토랑에서 피자 배달을 하면서 음악계의 문을 두드렸던 그는 88년 파바로티 콩쿠르에서 1등상을 받은 뒤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95년 EMI사에서 독집음반 ‘오페라 리사이틀’을 발매한 뒤 그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최근 알라냐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오페라 전곡음반과 ‘베르디 오페라 아리아집’ 등 독집음반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훨씬 안정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고음으로 갈수록 목이 완전히 열리지 않고 공명이 납작해지는 그의 목소리는 ‘빅3’만한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평. 세공(細工)이 깃들인 정성들인 노래이지만 즐기는 기분으로 듣기에는 ‘빅3’을 못따라간다는 것이다.

요즘은 아르헨티나 출신 테너 호세 쿠라가 ‘미완의 대기(大器)’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푸치니 아리아집’을 내놓아 화제가 된 그는 60년대 프랑코 코렐리 또는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티코’테너의 신진주자다. ‘빅3’를 포함, 70년대 이후 이렇다할 드라마티코 테너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는 선풍적인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티코 특유의 ‘압도감’과 귀를 따갑게 누르는 본능적인 쾌감이 그의 노래에 깃들어 있다.

그러나 아직 신인인 탓에 결점이 없지 않다. 표현의 세련미가 부족하며 대책없이 처지는 템포, 음표 사이의 연결을 뚜렷하게 짓지 못하는 점 때문에 아직 그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예비 대어(大魚)’정도로만 대우받고 있다.

35세 동갑인 알라냐와 쿠라 이전에도 ‘빅3’이후를 넘보는 테너들은 있었다. 리처드 리치, 닐 시코프, 제리 헤이들리(이상 미국), 벤 헤프너(캐나다),윌리엄 마테우치(이탈리아) 등은 80년대 후반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빅3’의 공백을 노려왔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에는 청중의 귀를 확고하게 잡아끄는 ‘결정력’이 부족한 까닭에 알라냐 쿠라등 후배들에게 기회를 내주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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