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하야 한달]『군부,印尼실권 여전히 장악』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 인도네시아 최대일간지 콤파스 아분 산다 부국장 인터뷰 ▼

“경제상황이 최악이다. 환율 성장률 등 거창한 지표를 따질 것도 없이 당장에 먹을 것이 너무 부족하다. 쌀값은 2배 가까이 올랐고 유통구조가 무너져 그나마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렵다. 정치개혁도 진전이 없다. 학생들은 정치를 잊어가고 있다. ‘수하르토 시절이 차라리 낫지 않았나’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21일은 수하르토 전인도네시아대통령이 32년 권좌에서 물러나고 하비비대통령이 취임한지 1개월. 이 나라 최대일간지 콤파스의 아분 산다(38·사진) 부국장은 19일 전화인터뷰에서 “가야 할 길은 뻔한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인도네시아의 오늘을 평가했다.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반년전까지 ㎏당 1천4백루피아이던 쌀값이 2천5백루피아로, 1ℓ에 7백루피아이던 취사용 석유는 1천2백루피아로 뛰었다. 중국계가 운영하던 대형 도매점들이 문을 닫아 한쪽에서는 굶주리는데 다른 쪽에서는 창고에 물건이 쌓여있다. 일해야 할 젊은이들이 낮시간에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개혁은 어떻게 돼가나.

“정부와 재야단체간 협상은 정치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국민은 점차 정치문제에 관심을 잃어가고 경제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 생계 자녀교육 월드컵축구가 관심거리다.”

―5월 폭동사태 이후 국민통합에 문제는 없나.

“95%가 이슬람계인 국민의 중국계에 대한 분노는 진정된 느낌이다. 아직도 지방에선 폭동이 일어나지만 중국계 상점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국민 사이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5월폭동 기간중 조직적으로 자행된 중국계 여성 강간사건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생들의 역할은 없나.

“학생들은 ‘하비비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과 ‘당장 물러나라’는 쪽으로 양분돼 있다. 지금은 별 움직임이 없지만 독립기념일인 8월17일까지 개혁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인도네시아를 누가 이끌고 있나.

“역시 군부다. 하비비대통령도 군부를 실세로 인정하고 있다. 내각에 4명의 군출신장관이 있는 데다 최근 수하르토의 축재여부를 조사할 검찰총장도 군출신으로 교체했다. 기난자르 경제조정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을 주도하며 경제분야를 책임지는 정도다. 재야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의 아미엔 라이스의장도 전국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지만 32년간 이어진 정부주도체제를 깨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수하르토 일가는 어떻게 되나.

“대부분 공직과 기업경영에선 손을 뗀 상태다. 수하르토는 자카르타내 친다나에 있는 사저에 자녀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다. 수하르토를 조사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법처리와 재산환수 문제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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