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독점부문 외국인M&A 제동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인수할 때 발생하는 일부 독점부문에 대해 정부가 매각하도록 결정을 내려 앞으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에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쌍용제지를 인수한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사의 주식취득을 허용하되 독점이 발생한 쌍용제지 생리대부문의 생산설비와 산업재산권 및 일부 주식지분을 1년내에 제삼자에게 매각하도록 30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독과점을 초래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에 제동을 건 첫 사례다. 종이생리대부문은 기업결합시 P&G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47.3%에서 63.8%로 높아져 독점을 형성하게 된다.

P&G사는 지난해 12월 쌍용제지 주식 91.6%를 2천1백28억원에 인수,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투자자금이 국내에 유입되고 수출증대 효과가 연간 2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들어 주식취득을 허용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지침은 결합후 점유율이 1위로서 50%를 넘을 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기업결합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P&G는 2백억원에 이르는 생리대부문 생산설비를 매각해야 하고 그동안 P&G와 독점판매 계약을 해온 쌍용제지의 자회사인 쌍용유니참의 쌍용보유주식 45%를 제삼자에게 팔아야 한다.

P&G측은 이에 대해 공식 논평을 피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기에 생산설비를 누가 사가겠느냐”며 “사실상 2백억원을 손해보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업계는 국내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국내보다는 해외쪽에 더 많고 향후 자동차 화학 등 주력업종에서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한미상의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의 투자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산업합리화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인 독과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P&G도 수용했으며 외자유치측면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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