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사회학자 마페졸리 방한…평범한 삶 인간주의시각서 해석

  • 입력 1998년 4월 20일 20시 35분


일상의 사회학, 이미지와 스타일 등 매력적인 이론으로 전세계 지성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랑스 사회학의 기수 미셸 마페졸리(54).

그가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LG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마페졸리는 현재 파리5대학(소르본대)교수이자 국제인문사회학 잡지 ‘소시에테’ 편집인, 소르본대 일상생활연구소장, 상상연구소장.

일상의 철학, 일상의 사회학은 과연 무엇인가. 말 그대로 평범한 일상을 탐구하고 거기 숨어 있는 사회 문화적 의미를 건져내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 등 거대함의 그늘에 가려왔던 우리 일상, 그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내려는 인간주의적 시각이다. 또한 엘리트주의에 빠졌던 기존의 학문 방법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마페졸리의 사회학은 사소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다분히 미학적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그를 이해하는데 빠뜨릴 수 없는 키워드는 ‘이미지 스타일’.

한 시대는 그 시대에 맞는, 그 시대에 특징적인 문화적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한 사회, 특히 국가보다 작은 부족 정도의 공동체에는 구성원이 공감하는 무의식적 스타일이 있다. 이것은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된 연대의식이다. 이미지 스타일이란 용어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삶은 미(美)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이미지 스타일은 미학적인 것이 된다. 곧 무의식적 미학적 연대의식이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일상이다.

박재환 부산대교수(사회학)는 “이미지는 경제 등과 같은 하부 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페졸리의 일상 사회학은 이데올로기적 시각이 아닌 문화 자체의 미학으로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상은 특히 이 시대에 유효하다. 현대는 이성(理性)의 철옹성에서 탈출, 주변의 온갖 이미지를 탐욕적으로 소비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마페졸리의 시각은 본체보다는 잉여(剩餘)에, 거창한 것보다는 사소한 것에, 양보다는 질에 눈길을 주려는 현대의 문화 현상과 그 맥을 같이한다. 과학 기술이나 진보 뿐만 아니라 전통이나 퇴행도 연구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마페졸리 앞에서 거대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소함 진부함이고 이는 곧 인간이고 삶이다. 평범한 것들의 미세한 떨림, 그곳에 마페졸리가 있다. 거창한 것을 추구해온 기존 사회학의 틈새, 그곳에 마페졸리의 사회학이 있다.

그의 일상이 어떤 모습으로 이 땅에 상륙할 것인지. 다음은 21일 강연일정. △한국어판 저서 ‘현대를 생각한다’에 관하여(오전11시 서울 사간동 프랑스문화원) △포스트모던 사회변동(오후3시 서울대 문화관)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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