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산물지원 의미와 파장]「식량주권」마저 넘겨주나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12분


정부가 미국과 미농무부 일반판매관리(GSM) 차관을 들여오기로 합의, 사실상 50년대의 식량지원시대가 재개됐다. 환율폭등과 대외신인도추락으로 식량수입마저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지원 외엔 별다른 수단이 없게 된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금의 상황이다. 일단 농수축산물 수입은 미국정부 보증하에 그런대로 이뤄지겠지만 쌀 쇠고기 등 우리가 지켜왔던 농축산물 시장은 그대로 미국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대미(對美)식량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식량주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협상에서 드러났듯 미국에 선의(善意)만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캐나다에 이어 제3위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국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95년 기준으로 37억5천1백만달러에 달해 일본(1백9억5천7백만달러)과 캐나다(57억3천8백만달러) 다음이다. 상위 10대 수입국은 95년도 미국의 전체 농산물수출액 5백58억1천4백만달러 중 64%를 수입했다. 특히 미국산 곡물수입국으로는 일본이 밀과 쌀 사료곡물 콩 등 모두 36억9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입,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이 2위(17억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쌀을 제외한 곡물은 거의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잉여농산물 처분및 영향력 행사라는 다목적용으로 54년부터 운영해온 농업무역개발 및 원조법 타이틀Ⅰ(PL480)은 수혜국에 대한 미국 농산물 수출확대라는 장기목표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농무부는 PL480이 장기적 측면에서 미농산물 수출시장개척에 기여했다면서 한국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들고 있다. IMF관리시대를 맞아 미국이 다시 대한(對韓)농산물 원조를 재개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짐작케 한다. 사실 우리 정부도 미국측의 이같은 의도를 파악, 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올들어 가격 및 통상협의 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로 하고 우선 현재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4개국에서만 들여오고 있는 쇠고기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40조원에 달하는 농어촌 구조개선사업비로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IMF구제금융으로 상당부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큰 문제는 쌀자급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사료용을 포함할 경우 26.7%로 크게 떨어져 94년 이후 3년연속 30%를 밑돌고 있다. 사료용을 제외할 경우 자급도는 작년의 경우 53.6%에 그친다. 국내 식량자급도는 65년 93.9%에 달했으나 70년 80.5%, 90년 43.1%, 95년 29.1%, 96년 26.7% 등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중 쌀 자급도는 65년 100.7%를 기록한 이래 80년 95.1%, 90년 108.3%, 95년 93.6%, 96년 89.5% 등으로 다른 양곡에 비해 높은 편. 하지만 국내 쌀값의 절반도 안되는 미국쌀의 공세 앞에 우리 농업이 견뎌낼지는 회의적이다. 지금까지의 쌀자급도는 기실 국내시장보호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 쌀시장을 뚫기 위해 81년 PL480에 따른 식량원조를 중단한 후에도 미농무부의 특별 차관을 계속 제공해 왔다. 미정부는 해외농산물 시장을유지하기 위해한국과 구소련권 및 이라크 등 30개국 이상에 수출금 상환 지원용인 미농무부 GSM차관을제공해왔다. 한국에는 90년 그해 전체 공여액의 12%인 5억5천2백만달러가, 91년에는 5억달러, 92년의 경우 4억8천8백만달러가 모두 GSM102 형태로 제공돼 전체 수혜규모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임규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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