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어떻게 대처할까]『다시 시작하자』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의 자랑스런 한국인.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국민」. 올해 초만 해도 국민들은 들떠 있었다. 그러나 연초 한보그룹을 신호탄으로 재계8위인 기아그룹을 포함해 유수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자 「부도공포」에 휩싸였다. 마침내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에 빠지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기대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 기업 가정 등 각 경제주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허둥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는 허점많은 고도성장에 너무 취해 있었다』면서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교수는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군림하던 「관료주의」에서 탈피해 국민과 경제를 위해 봉사하는 「작은 정부」가 되겠다는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은 은행돈을 얻어다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에 열을 올렸다』면서 『이런 식으로는 선진경제에 못들어간다는 것을 이번 구제금융신청이 웅변한다』고 말했다. 은행관계자들은 『금융인들은 정부지시나 압력에 따라 무분별한 대출을 계속했고 때로는 기업에 「돈을 쓰라」고 권하기도 했다가 위기에 처했다』고 반성하면서 『기업도 진정으로 우리기술로 우리상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9백원선을 넘어서자 일부 대기업의 환투기성 거래가 커져 시장관리에 어려움이 겹쳤다』며 기업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인한 경제의 파급효과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몫이다.물가는 큰 폭으로 오를 것이고 내핍경제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성장률은 후퇴하고 경기침체는 몇년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부유층의 과시적인 해외여행과 외제상품 선호풍조는 앞으로 훨씬 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평범한 일반인들은 눈물겨운 각오를 내보인다. 주부 이진희(李眞姬·41)씨는 『IMF의 돈을 빌릴만큼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국민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다음달 결혼15주년 기념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입품뿐만 아니라 절약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절약하겠다』며 『후세에 구한말처럼 망해가는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회사원 김동수(金東洙·37)씨는 『외식할 때 비싼 음식을 먹지 않겠다』며 『외화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상·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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