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지원 사례/중남미]「위기경제」 이렇게 되살렸다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경제난국과 금융위기는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멕시코는 94년말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고 그 여파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이 함께 신용하락에 따른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들은 위기를 고질적인 비효율을 수술하는 「회생의 계기」로 활용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전국민이 동참해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결과는 건강한 경제로의 재탄생이었다. 이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멕시코는 올해 7%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 3.4분기(7∼9월)의 성장률은 무려 8.1%였다. 95년의 성장률 마이너스 6.2%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하다. 멕시코 정부는 『이제 지속적인 성장가도에 접어들었다』며 내년중 남미 최고의 성장률 달성을 자신한다. 불과 3년 전인 94년말 페소화 평가절하 때의 경제위기는 이제 옛말이다. 페소화는 95년 후반 이후 1달러당 7.5∼8.3페소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94년말 61억달러에서 현재는 2백억달러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지원받았던 5백28억달러의 구제자금도 예정보다 앞당겨 작년까지 모두 갚았다. 멕시코의 경제회복은 기적이 아니라 원론적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한 결과라는 것이다. 멕시코는 95년 3월 경제안정화대책을 발표했다. IMF의 요구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정책이었다. 그 뼈대는 재정 및 금융부문의 초긴축. 부가세율을 10%에서 15%로 올리고 전기 석유요금을 43∼52% 인상하는가 하면 재정흑자를 국내총생산의 4.4%수준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96년 정부지출을 전년보다 4.75% 삭감하면서도 금융부문의 복구와 민간투자를 촉진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을 집행했다. 철저한 변동환율제와 페소화 선물시장 설립을 통해 인위적인 환율조작을 차단했다. 국민도 근검절약으로 정부의 안정화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94년 전체수입의 12%를 차지하던 소비재 수입의 비중이 95,96년에는 7%대로 뚝 떨어질 만큼 국민이 달라졌다. 연간 26∼48%에 이르렀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률은 10%로 실질소득의 감소를 받아들였다. 또 무역자유화 등 대외개방정책과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고 한계기업 정리와 기업 대형화를 병행했다.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수출증대로 나타났다. 수출이 늘면서 국내소비는 줄어드니 무역수지가 좋아져 96년의 경상수지는 18억달러 적자에 그쳤다. 이에 따라 96년 성장률은 당초 목표치 3∼3.5%를 넘어 5.1%를 기록했다. 경제 회생이 확실해진 뒤 최근 멕시코의 주가지수는 외환위기전 2,600의 2배 이상인 4,680까지 치솟았다. 지난 7월 동남아에서 촉발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금융위기에 남미국가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중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한국이나 동남아국가와는 달리 위기감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80년대말 이후 꾸준히 진행해온 개혁프로그램으로 금융위기를 겪어본 경험 때문이다. 95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금융위기를 치를 때는 부패와 비효율 등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하던 시기였다. 두 나라 국민도 정부의 초긴축정책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94년 물가안정(인상률 3.9%), 흑자재정, 대외부채 축소, 공기업민영화, 세제개편, 환율안정화정책(달러화에 대해 1:1로 고정) 등 개혁을 수행하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은 메넴정부는 기왕의 개혁프로그램의 철저 준수를 다짐했다. 89년 집권이후 찬사를 받아온 메넴 대통령과 카발로 재무장관의 경제개혁의지와 리더십이 IMF 등 국제기구의 지원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IMF는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초긴축정책을 요구했다. 대통령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서 메넴정부는 세율인상 공무원임금삭감 정부사업축소 등 그야말로 「인기없는」 권고안을 수용하고 추진했다. 금융기관의 신뢰회복을 위한 장치마련도 개혁의 핵심이었다. 95년위기때 예금주의 40%가 예금을 인출해 위기를 부추겼던 만큼 △은행신용도의 정기적인 평가 실시 △금융권에 대한 정치입김의 철저한 배제 등이 실시됐다. 그런 노력의 결과 96년 들어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예상치보다 높은 4.4%의 성장을 기록했고 바닥났던 외환보유고도 22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수준인 59억달러로 두배이상 늘었다.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 역시 좌파경제학자 출신 카르도소 대통령이 긴축재정정책과 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개혁정책을 펼쳐 95년 「레알」화 위기를 넘겼다. 이로 인해 인플레를 연 5,000%에서 1,2%로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 1천6백억달러의 외채와 20%에 이르는 실업률로 고통스런 과정을 겪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원호(金元鎬)박사는 『실물경제와는 달리 금융부문은 심리적 요인이 절대적』이라면서 『아르헨티나의 96년 경제회생은 정부가 정책신뢰를 회복하고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투자분위기를 조성한 데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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