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 「낙관半 비관半」 양상

  • 입력 1997년 11월 9일 18시 17분


「세계 3대 금융센터」 「세계 제1의 화물취급항」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 홍콩당국의 대외 홍보자료 첫머리에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실제로 미국의 포천지는 지난 94년 홍콩을 세계 최적의 사업지로 선정했으며 세계경제포럼은 95년 홍콩이 세계에서 3위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지역)인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가 최근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낙관쪽이 월등했던 홍콩의 경제적 장래에 대해 최근에는 내로라 하는 경제분석가들 사이에서도 낙관과 비관쪽이 거의 반반씩으로 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홍콩의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전망이 밝다는 점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이 21세기 초에 경제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을만큼 중국경제의 잠재력과 활기가 대단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외창구격인 홍콩의 경제 역시 밝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통일 등 대중화권 건설을 추진하는데 있어 홍콩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홍콩이 중국에 편입된 후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홍콩 자체가 갖고 있는 경제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개 도시이면서도 외환보유고가 8백81억달러로 세계 3위이며 각종 제도와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홍콩 경제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변변한 제조업이 없이 금융과 서비스업만으로 지탱되는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말 홍콩증시붕괴는 그 단적인 예. 홍콩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요인이 부동산경기라는 점도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콩의 주가 총액이 5조홍콩달러(약 6백30조원)인데 비해 주택의 추정 시가총액은 그보다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일단 부동산쪽에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홍콩경제 자체가 하루 아침에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콩대우증권 정준호(鄭準鎬) 현지법인 사장은 『홍콩경제는 한마디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라며 『일단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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