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차입 『기업 부도의 뇌관』…쌍방울사태 계기 경각심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쌍방울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현지에서 조달한 차입금(현지금융)이 모기업의 부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외차입이 「부도전선의 지뢰밭」으로 떠올랐다. 국내 기업의 현지금융은 대부분 모기업 또는 금융기관의 지급 보증을 전제로 이뤄지고 상환방법도 쌍방울의 경우처럼 만기 이전에 지급요청을 할 수 있도록 약정한 케이스가 많아 해외 현지금융이 기업 부도를 촉발하는 불씨가 될 공산이 커졌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현지법인의 현지금융 규모(잔액 기준)는 △92년 1백67억달러 △95년 3백25억달러 △96년 4백62억달러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기업들이 차입금 규모를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깎거나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빌린 돈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한은측의 설명. 해외 법인은 현지에 있는 한국계 또는 외국계 은행에서 자체 신용 또는 모기업의 신용보증을 전제로 돈을 빌리게 되는데 신용대출은 삼성 현대 등 몇개 기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보증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상환조건. 최근 대그룹의 연쇄부도 사태로 기업의 신인도가 추락하면서 △대출기간이 종전 1년에서 3개월단위로 짧아지고 △만기 전에도 금융기관의 상환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쌍방울의 경우처럼 디폴트(파산)상황이 아닌데도 은행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대출금의 조기 회수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연쇄부도와 비자금 파문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은행들이 현지금융을 일시에 회수할 경우 대응 수단이 별로 없다.기업들은 한쪽에서는 종합금융 등 2금융권의 대출회수 자제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 금융기관의 동태를 살펴야할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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