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사망 30돌]쿠바-美,상반된 추모열기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제국이 무너진후 처음으로 열린 쿠바 공산당의 제5차 전당대회기간(8∼10일)의 한가운데인 9일은 중남미의 혁명영웅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사망 30주기다. 7월12일 발견돼 쿠바로 운구된 그의 시신은 이날 58년 12월 자신이 이끄는 게릴라부대에 의해 당시 바티스타정권으로부터 해방됐던 산타 클라라의 묘역에 안치됐다. 이는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이 시장경제 도입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체 게바라의 혁명열정을 전면에 내세워온 게바라정신 부활운동의 완결판이다. 카스트로는 8일 전당대회 개막연설에서 『체 게바라의 사상과 영혼 그리고 잊혀질 수 없는 그의 현존이 이번 당대회를 이끌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노선의 포기도 변경도 있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남미대륙에 자신의 뼈를 묻음으로써 그곳에 혁명의 씨앗을 뿌리려고 했던 게바라의 순수혁명정신은 정작 쿠바안에서 고사되고 있다. 중남미 34개국중 군복을 입는 국가원수는 이제 사회주의국가 쿠바뿐이다. 이번 카스트로(71)의 후계자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66)국방장관이 거론되면서 「형제세습」의 국면까지 보이고 있다.게다가 국민의 도덕적 순결을 지켜야 할 사회주의 국가가 늘어나는 매춘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쿠바인 평균 한달벌이(15달러)를 15분만에 벌어들인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율배반적으로 게바라가 가장 증오했던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의 이미지를 원용한 피셔사의 스키제품 「레볼루션」은 2년만에 매출액이 2배나 늘었고 그의 얼굴이 들어간 스위스 시계 「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얼굴사진이 들어간 T셔츠는 전세계적으로 1억장 이상이 팔렸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이빨빠진 호랑이의 가죽에 대한 매료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들이다. 『한몫 보려 했는데 가난한 대학생들만 몰려들어 푼돈만 벌고 있다』사실상 게바라의 죽음을 방조했다가 막상 그의 30주기를 맞아 관광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들려오는 이런 푸념만이 무덤속의 게바라를 위로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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