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統獨7년 빛과 그림자]「민주」참뜻 배우는 舊동독인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동독인들도 이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집니다. 비판정신도 상당히 갖춰 잘못된 시정에 대해 추궁도 합니다』 막데부르크시 유치원 담당인 요하임 슈뢰더는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유치원자리를 찾아가던 동독인들이 통일후 어느 유치원에 가야 하느냐고 묻는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던 사실을 되새겼다. 공산독재체제에서 살아온 동독인들은 자율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 즉, 민주의식을 제대로 지니지 못했다. 동독인들은 월경된 서독의 TV를 보고 서독을 방문한 주위사람의 말을 통해 막연히 서독이 잘 사는 정도로 아는게 고작이었다. 통일은 동독인들에게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유와 인권 기회 등을 보장해 주었으나 처음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다. 그러나 동독인은 이제 자유인 민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산당 찬양 일색의 기관지였던 동독신문들은 통일후 달라진 동독인의 의식변화와 서독 일간지들과의 경쟁 때문에 찬바람을 맞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있다. 베를린 지역일간지인 베를리너차이퉁의 미하엘 마이어 편집장은 『기자들이 공산당 체제를 찬양하는 기사만 써 달라진 동독인의 입맛을 맞출 수 없었다』며 『이들에게 비판정신과 경쟁심을 가르치고 편집체제를 바꾸느라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기관지였던 이 신문은 쥐트도이체차이퉁 출신의 디터 슈뢰더 사장을 영입한뒤 경영혁신으로 색깔을 완전히 뒤바꾸는데 성공, 기존의 모르겐포트와 타게스슈피겔보다 많은 21만7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반면 당기관지로 한때 1백50만부를 발행했던 노이에스도이칠란트지는 동독인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고작 10만부를 발행하는 3등신문으로 전락했다. 인류의 보편적인 정의와 인권,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존중하는 풍토도 확립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공산당 시절에 자행됐던 정권범죄 청산 작업이다. 에곤 크렌츠 전공산당 서기장(60) 등 동독 정치국원에 대한 재판은 거의 끝내기에 해당한다. 베를린지방법원은 지난 8월 크렌츠 전서기장을 포함, 귄터 샤보프스키 전베를린 시당위원장(67)과 귄터 클라이버 전정치국 경제담당비서(65)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베를린 장벽탈주자에 대한 사살을 교사한 혐의로 징역 6년6월에서 3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열린 동독군 장성 6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심에서 인권우선원칙을 들어 장벽 탈주자에 대한 사살명령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국익이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며 『장벽 탈주자에 대한 총격이 당시 법률로 적법하다해도 동독 헌법 역시 인권의 바탕 위에 마련됐다』며 기각했다. 공산정권하에 저질러진 불법행위는 「시효정지법」을 적용, 끝까지 추적해 단죄하는 작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동서독 국경지역 총격에 대한 재판은 현재 베를린 검찰청에서 4백여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만도 46명이나 된다. 〈본〓김상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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