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다이제스트」경영난…美문화-의료계, 후원금 걱정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지난 1922년에 창간돼 전세계 1백여 국가에서 매달 3천만부 이상씩 팔려 나가던 월간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그 여파로 미국의 문화 학술 의료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잡지가 수익금에서 기증해 온 막대한 후원금이 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2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리더스 다이제스트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온 기관은 미국이 자랑하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을 비롯해 링컨센터, 뉴욕 시티발레단 등 예술계만 해도 7군데가 넘는다. 또 얼마전 선경그룹의 최종현회장이 폐암수술을 받았던 세계 최고권위의 암치료기관인 슬로언 케터링 기념병원 등 의료기관과 환경단체들도 이 잡지의 수익금에 기대어 운영돼 왔다. 이 잡지의 창업자인 드위트 월레스 부부는 지난 56년 리더스 다이제스트 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문화 예술 환경 의료기관들을 도우라는 유언을 남기고 지난 84년 세상을 떠났다. 이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지난 90년 회사가 공개될 당시 발행가 기준으로 무려 43억달러(약 3조8천7백억원). 그리고 이들 부부의 유언에 따라 그해 부터 한 해 1억달러(약 9백억원)가 넘는 재단 수익금이 이들 비영리기관에 기증돼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독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 잡지는 독자를 잃으며 경영난에 봉착하게 됐고 올해부터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문화예술 의료단체에 후원금을 낼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 매년 전체 예산의 15%인 2천1백여만달러를 이 재단에서 받아 운영되어 왔으나 당장 내년부터는 이 공백에 대한 대책이 없다. 또 연간 유지비의 10% 이상씩을 이 재단에 의존해 온 뉴욕시티발레나 뉴욕시티오페라, 그리고 링컨센터 등도 내년부터는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매년 예산의 29%인 1천7백만달러를 이 재단에 기대어 온 마칼레스터대학은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됐다. 시대의 변천이 몰고 온 파장이 사회 곳곳에 충격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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