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지뢰/전세계 실태]1억개 매설…60개국의 재앙

  • 입력 1997년 8월 19일 19시 51분


《90년대 들어 시작된 대인지뢰 금지를 위한 인류의 노력이 금년말 결실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 도발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이 대인지뢰금지협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계 지뢰매설실태 및 대인지뢰 금지를 위한 국제협약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 지뢰가 전쟁억지력을 갖는 한반도의 특수상황 등을 알아본다.》 오는 9월1일 오슬로에서 열리는 대인지뢰금지 국제회의를 계기로 인류는 수백만명의 인명을 살상했던 대인지뢰를 지구상에서 추방하자는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흔히 「눈없는 무기」로 알려진 지뢰는 다른 무기와는 달리 때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것이 특징. 지뢰는 크게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로 구분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람을 살상하는 대인지뢰다. 전세계의 대인지뢰는 60여개국에 1억1천만개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1억개가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사 유엔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뢰를 건드려 목숨을 잃거나 손발이 잘려 불구가 되는 사람은 매년 2만6천여명에 달한다. 22분마다 지구상 어느 곳에선가 한 사람의 팔 다리를 앗아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뢰의 희생자가 전쟁에 투입된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뢰 희생자의 75%가 들판에서 뛰놀거나 먹을 것과 땔감을 구하려던 어린이들이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요즘 생산되는 지뢰는 대부분 작고 색깔도 알록달록한 장남감 모양이어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뢰 보유국의 대부분은 아프가눙맏탄 소말리아 앙골라 캄보디아 미얀마 보스니아 등 내전을 겪었거나 현재 진행중인 국가들이다. 세계2차대전이나 베트남전 등 전쟁의 유산으로 지뢰가 남아있는 지역도 많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역시 지뢰 위험지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지뢰가 많은 나라는 2천3백만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이며 20년간 내전을 겪은 앙골라는 인구 1인당 지뢰수가 1.47개로 가장 많다. 지뢰 폭발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캄보디아. 인구 2백36명 중 한명이 지뢰 사고로 인한 불구자이다. 앙골라는 4백70명중 한명, 베트남은 2천5백명중 한명이 지뢰 불구자이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지뢰 금지의 명분과 당위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뢰금지협약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각국의 특수한 국내 사정, 지뢰 수출국들의 반대 및 지뢰제거에 소요되는 비용 등 복잡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뢰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 러시아 등은 거대한 수출 시장을 잃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있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을 그냥 둔채 이들 국가의 위협을 받고있는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지뢰를 해체할 경우 안보 위험이 증대되는 것도 문제다. 지구상 곳곳에 매설된 대인지뢰를 제거하고 지뢰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지뢰 하나를 묻는 데 필요한 비용은 3달러에 불과하지만 제거하는 데는 최소한 2백∼1천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뢰가 매설된 나라들은 대부분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최빈국이어서 이같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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