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회의 표정]각국정상 「환경」보다 장사에 열중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세계 1백70여개국의 대표(국가원수 28명, 정부수반 26명 포함)가 참석한 가운데 23일부터 개막된 「유엔 환경특별총회」는 5년 전의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의 실천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모임이다. 그러나 이 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뉴욕이란 한 장소에서 모인 것을 기회로 끼리끼리 만나 무역상담에 더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일즈맨으로 변신, 치열한 「장외경쟁」을 벌이기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4일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오는 8월경 결론이 날 한국정부의 3차 미사일도입시(3억달러 규모) 자국의 휴대용 미사일 미스트랄을 사도록 로비활동을 폈다. 현재 휴대용 미사일 도입을 놓고는 미스트랄과 스팅어(미국), 스타버스트(영국)가 경합 중인데 지난 92년 1,2차 도입(1천1백기, 1억6천만달러 규모) 때에는 미의회가 스팅어 미사일의 대량판매를 제한, 프랑스가 「독식(獨食)」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미정부가 스팅어 미사일의 판매제한을 해제, 자국산을 구입토록 한국에 요청하고 나서자 프랑스가 속이 타기 시작했다. 26일에 있을 韓美(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실제로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구체적 답변을 피한 채 오히려 『대우그룹의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백지화와 같은 불공정사례가 재발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같은 날 열린 韓英(한영)정상회담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한국이 최근 함재 헬기인 슈퍼링스를 구입한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간곡한 안부까지 전하며 한국기업의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블레어총리는 야당당수시절인 지난 95년 김대통령의 영국방문시 자신의 지역구에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김대통령의 숙소로 찾아온 일도 있다.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도 김대통령이 무역역조(연 22억달러)해소를 촉구하자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거꾸로 『이탈리아를 한국의 유럽진출 관문으로 이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탄자니아 및 헝가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김대통령은 「진출업체에 대한 지원」을, 상대방 정상은 「원조」나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유엔회의나 아태경제협력체(APEC) 같은 다국간 회의는 한꺼번에 필요한 나라 정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상담의 장(場)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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