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獨순회통일간담회]『통일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04분


동서독(東西獨)의 통일과정에 참여했던 주요 인사들은 『북한이 서서히 체제유지를 포기토록 한다는 연착륙정책은 인간적이긴 하나 환상에 불과하며 결국 약한 체제가 강한 체제에 흡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동독은 북한보다 경제상황이 훨씬 나았지만 체제유지를 포기했다』면서 『남북한의 통일은 언제라도 예고없이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같은 충고는 관훈클럽 독일시찰단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베를린 드레스덴 함부르크 등지를 순회하며 가진 통일간담회에서 제기됐다. 이 통일간담회에서 전동독공산당 지방기관지 출신인 페터 키르샤이 기자는 『접촉과 교류가 없는 분단국가가 통일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면서 『현재의 남북한이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시청 경제부의 볼프강 훔멜 국장은 『공산정권이 내놓는 경제통계란 날조가 많아 그것으로 실정을 파악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비용 중 25%만이 생산분야에 투자됐으며 75%가 소비재에 들어간 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독의 마지막 평양주재 대사였던 한스 마레츠키는 『동독은 개방됐었으나 북한은 완전 폐쇄체제로 강력한 단합을 유지하고 있어서 붕괴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상반된 체제간의 연방제라는 실현불가능한 환상을 갖고 있다』면서 『통일보다 우선 공존 협력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구동독 정권에 대항한 반체제 운동가로 통일 후 동독 국가안전부(STASI)의 사찰존안자료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임명된 요아힘 가욱은 『동독 국가안전부의 사찰자료가 한줄로 세워 놓으면 1백80㎞에 이를만큼 방대하다』며 『지금까지 접수된 총 열람신청 건수는 3백40만건으로 이 자료에 따라 비밀활동 사실이 드러나면 공직에서 퇴임시킨다』고 밝혔다. 디 차이트지 발행인 테오 좀머는 『배고픔만을 해결하려는 통일은 곤란하다』며 『자유와 인간적 삶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국의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기꺼워하지 않을 것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변국도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통독의 열쇠는 구소련이 쥐고 있었으나 현재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그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베를린〓김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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