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인조인간 탄생 점쳐…「딥블루」체스승리 계기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IBM의 슈퍼검퓨터 「딥 블루」가 체스 인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물리친 순간 인공두뇌 연구자들의 귀에는 어쩌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엄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음악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최초로 등장시켰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68년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제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세계 3대 SF작가로 꼽히는 아서 클라크의 공상과학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이 작품에서 인공지능 컴퓨터로 등장하는 「할 9000」은 인간과 비슷한 감정까지 느낄뿐만 아니라 주인인 인간들을 제거하는 음모까지 꾸밀 정도다. 공교롭게도 소설속에 할이 태어난 해는 딥 블루가 인간을 꺾은 해와 일치한다. 할은 소설속에서 『저는 할 9000, 제작번호 3번입니다. 저는 1997년 1월 12일 일리노이주 어버나의 할 공장에서 태어났습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할의 탄생지로 묘사된 일리노이주립대에서는 할의 탄생을 기념해 지난 3월 10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사이버페스트97을 온통 할의 생일축하 파티로 장식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과연 딥 블루는 할 9000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딥 블루를 개발한 머레이 캠벨 박사는 딥 블루는 할과 달리 공격과 방어를 구별하지 못하며 체스를 통계자료로 인식할 뿐이라는 것이다. 할은 또한 다른 지성(인간)을 인식하고 그 감정과 목표를 감지할 수 있지만 예와 아니오 2진법으로만 계산 할 수 있는 딥 블루같은 컴퓨터에는 현실과 꿈을 구별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그렇다면 할은 과연 「이룰 수 없는 신기루」인가. 과학자들은 다시 「아니오」라고 답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지능이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듯 미래의 인공지능 역시 수많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할의 창시자 클라크 박사 역시 할의 탄생을 축하하는 인터넷 메시지를 통해 인터넷에서 인공지능의 서광을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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